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어떤 국회의원을 뽑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진다. 현재 우리 앞에 수많은 난제들이 놓여 있다.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정당들은 이러한 난제들에 대한 나름의 방책을 제시하고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국제적으로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한 대처, 미·중 사이에서 우리의 입장 정리, 미국 대선 후 대외 정책 변화에 대한 준비 태세 등이 있다. 대내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 대책, 연금, 교육, 노동 및 의료 개혁, 경제성장 방안, 부동산 대책 등 수많은 난제들이 놓여 있다.
위기가 오는 걸 보면서도 대비하지 않고 정쟁에 몰두하는 정치권에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자격 미달의 국회의원 후보자가 당선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위성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들에 대한 허술한 검증은 자격 미달자의 국회 진입을 가능하게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선 후보 시기에 위성 정당 창당을 반성하고 위성 정당 방지법을 약속했다. 위성 정당을 금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한 다당제 실현을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원내 과반 정당의 대표로서 선거제 개편의 열쇠를 쥔 이 대표는 현행 준연동형 유지와 과거 병립형 유지 사이에서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다가 지난 5일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를 유지하고 비례대표를 위한 위성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결정으로 21대 총선처럼 민주당은 지역구 후보만 내고 이른바 통합형 비례 정당을 창당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 대표가 무슨 말을 하든 믿기 어렵게 됐다. 다수 야당 대표 말의 무게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가볍게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30일 선거제 관련 입장을 밝히면서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결국 지지 않는 방향이 현행 준연동형 유지이고 본인의 위성 정당 방지 공약을 뒤집은 모양새가 되었다. 국민에게 한 약속을 어기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눈앞의 이득을 취하겠다는 태도로 비친다.
지난번처럼 선거 후 위성 정당과 합당을 하게 되면 병립형과 큰 차이가 없다. 국민의힘은 2016년 20대 총선까지 적용되었던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요구했다. 하지만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가 유지됨에 따라 위성 정당 창당을 하게 되었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소수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양보해 다당제를 구현하자는 취지로 지난 총선 때 처음 도입되었다. 하지만 선거 직전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을 만들면서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출 방식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가운데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정의당과 힘을 합쳐 선거법을 개정한 결과이다. 위성 정당의 폐해를 지난 총선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위성 정당 방지를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다시 이번 총선에서 위성 정당을 통해 우호 의석수를 늘리겠다는 후안무치한 발상에 놀라울 따름이다.
위성 정당은 후보 검증이 미흡해서 저질 정치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대통령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의원,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을 유용한 윤미향 의원,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강욱 전 의원이 모두 위성 정당 출신이다. 다음 국회 구성 시 위성 정당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국회에 입성하여 어떤 사고를 칠지 우려된다.
다양성의 공존과 차이의 존중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담아내기 위한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 양 극단의 마찰의 폐해를 줄일 완충 역할을 할 중도 세력이 필요하다. 국가 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고민하는 소명 의식을 지닌 중도 세력의 출현은 위성 정당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거대 양당을 포함한 정치 세력이 내놓는 공약을 잘 살펴보고 위성 정당이 자격 미달 인물이 국회 뒷문으로 입성하는 통로가 되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고 살펴볼 책무도 결국 국민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