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EU 집행위원회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시나리오에 기반해 컨티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짜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성공할 경우 평균 3%대인 미국 관세율을 10%까지 올리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해 중국은 물론이고 EU에도 적용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유럽 디지털 서비스세에는 무역법 301조 발동을 통해 대응할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중국의 불법 보조금을 문제 삼아 301조 발동을 통해 광범위한 품목의 중국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고율 관세 대부분을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잇달아 압승을 거두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앞서며 EU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1월 블룸버그뉴스가 모닝컨설트와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7개의 주요 경합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평균 6%포인트 앞섰다.
일부 유럽 관리들은 트럼프 측과 친분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부 장관은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텍사스와 워싱턴을 찾아 공화당 의원들을 만났다. 베어보크 장관은 지난해 이뤄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유럽은 트럼프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이에 대비하지 않는 것은 순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접근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또 다른 우려 요소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미국 제조업 부흥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유화적인 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유럽과 관계가 회복된 점 등으로 인해 EU 지도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을 선호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원한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분열’의 상징이라고 칭하며 “현 대통령이 재선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