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위해 수가체계를 대수술한다. 이에 따라 연간 의료 이용이 적은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전년에 납부한 보험료의 10%를 의료기관이나 약국에서 쓸 수 있는 바우처로 제공한다. 의료 이용이 지나치게 많은 가입자는 환자의 본인부담 비중을 높인다. 아울러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를 높여 필수의료를 보장하고, 비급여와 급여의 혼합 진료를 금지해 의료 남용도 차단한다.
보건복지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을 발표했다.
현재 행위별 수가 제도는 진료량에 따라 수가를 지급하고 있다. 이에 의료 행위의 난도가 높고 당직 및 대기 시간이 긴 소아과·산부인과·외과 등의 필수의료는 노동 강도에 비해 수가를 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행위의 난이도와 위험도, 의료진의 숙련도와 당직·대기 시간 등을 반영한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한다. 또 대안적 지불제도를 도입해 중증진료체계 강화나 지역 의료 혁신 등의 시범사업 성과 달성에 따른 보상도 지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저평가된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에 향후 5년간 1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의료 남용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우선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진료는 급여와 비급여의 혼합 진료 금지가 도입된다. 도수 치료와 백내장 수술 등에서 실손보험금(비급여 부문)을 받았다면 건강보험 적용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이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이용 횟수는 15.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9회의 3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분기별로 개인의 의료 이용량 및 의료비 지출을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등을 통해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가입자가 스스로를 경계하며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하도록 돕자는 취지에서다.
의료 과다 이용자를 대상으로는 본인부담률을 높인다. 복지부는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365회를 넘는 사람의 외래진료 본인부담률을 통상 20% 수준에서 9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여기에 더해 물리치료를 1개 기관에서 1일 1회 넘게 이용하면 본인부담률을 올리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의료비 지출이 10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폭증하는 등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인해 건보 재정이 악화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6년부터 건보 재정이 적자 전환할 것으로 봤다.
구체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전망 및 운영을 보면 당기수지는 2024년 2조6402억원, 2025년 4633억원 흑자를 기록하다가 2026년부터 3072억원 적자 전환할 전망이다. 2028년에는 1조5836억원으로 적자 폭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누적 적립금 규모도 2024년 30조6379억원에서 2028년에 28조4209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측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기존의 건보 정책이 보장률 제고에 편중되어 있어, 지불제도로 인한 재정구조가 악화했다”며 “이번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통해 불필요한 의료 쇼핑 등 의료 남용을 줄이고 의료 혁신 지원 체계를 구축해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