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 통제권을 잃을 위기다. 트위터 인수를 위해 테슬라 지분을 대거 판 와중에 511억 달러(약 69조원)에 달하는 스톡옵션마저 토해내야 할 처지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 델라웨어주 법원은 이날 테슬라 소액 주주 리처드 토네타가 제기한 머스크 보상 패키지 무효화 소송과 관련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을 다룬 캐서린 맥코믹 판사는 “이사회가 보상 패키지가 공정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이사회가 결정한 임금 패키지 수준은 과도하다”고 판결했다. 이사회가 보상 규모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등 이사회와 머스크 사이에 ‘적대적 협상’의 증거가 없는 점을 문제 삼았다.
맥코믹 판사는 총 200페이지가 달하는 판결문을 통해서 머스크의 테슬라 경영을 ‘자율주행’에 빗댔다. 그는 “머스크는 자율주행 과정을 시작해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속도와 방향을 정했다”며 “그 과정에서 불공정한 대가가 나왔다. 이번 소송을 통해 원고는 리콜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이 나온 후 머스크는 엑스(X)를 통해 “절대 델라웨어주에서 회사를 세우지 말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문제는 머스크가 항소에서도 패하게 된다면 머스크가 보유한 테슬라 지분은 쪼그라들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이 보상 패키지를 통해서 테슬라 주식을 대폭 할인된 가격인 주당 23.34달러(약 3만원)에 약 3억 400만주를 취득할 수 있는 스톡옵션을 받았다. 이날 테슬라 종가 기준으로 약 511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이다.
머스크는 그 동안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500억 달러 단위씩 늘어나고, 특정 실적 목표를 달성했을 때마다 스톡옵션을 수령했다. 머스크는 이 주식들을 팔기 전 최소 5년 간 보유해야 한다. 규제 서류 등을 보면 이들 주식과 관련해 어떤 옵션도 행사하지 않았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테슬라 주식을 대거 팔았다. 그가 현재 보유한 테슬라 지분은 약 13%다. 스톡옵션까지 잃으면 머스크의 테슬라 통제권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머스크는 최근 본인이 테슬라 지분을 최소 25%는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머스크는 최근 X를 통해서 자신이 테슬라에 충분한 통제력이 없다면 테슬라 외부에서 (인공지능 및 로봇)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경고했다.
머스크의 ‘세계 부호 1위’ 타이틀도 흔들린다. 포브스에 따르면 머스크의 재산은 2106억 달러로 프랑스의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가문의 재산인 2087억 달러를 소폭 웃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로도 머스크는 세계 부호 1위다. 머스크가 511억 달러에 달하는 보상을 토해낸다면 그의 부호 순위는 3위로 내려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