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1월 내내 하락세를 면치 못하자 미국 주식으로 눈을 돌린 서학개미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시장이 급부상하며 엔비디아(NVIDIA)와 마이크로소프트(MS)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한때 이들과 어깨를 견줬던 테슬라는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28일 엔비디아와 MS 편입 비중이 높은 AI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중 'ACE 미국빅테크TOP7 Plus'와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는 연초 대비 8%가량 올랐다. 3개월 기준 수익률은 21%에 달한다. MS는 지난 25일 종가 기준 시총 3조 달러를 넘은 사상 두 번째 기업이 됐다. 26일 종가 기준 주가는 404달러로 연초 대비 27% 오른 수준이다. 같은 날 엔비디아 주가도 연초 대비 27% 올라 610달러를 기록했다.
테슬라 주가 급락과 함께 지난해 국내 증시를 견인했던 이차전지 관련주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머티를 비롯해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이 함께 떨어졌다. 이차전지 대표 ETF인 'ACE 포스코그룹포커스'는 연초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테슬라를 사들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MS 다음으로 테슬라를 사들였다. 1억6640만 달러어치를 샀다. 25일 어닝 쇼크 발표 이후에는 더 많이 샀다. MS를 제치고 순매수 금액 1위(4630만 달러) 종목이 됐다.
하나증권 투자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기술 업종이 상승세를 기록한 증권시장은 미국이 유일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 세계 지수 내 기술 업종의 시총 비중이 2년 연속 상승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 외 지역 비중은 2017년 정점(37%)을 지나 내리막을 탔고 올해 1월 기준 25%까지 떨어졌다.
미국 기술주 중에서도 AI만 급상승한 것처럼 우리 증시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 기술주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AI 반도체, 생성형 AI로 분류되는 중견·중소기업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6일 종가 기준 이스트소프트는 202%, 한글과컴퓨터는 113%, 제주반도체는 87%, 플리토는 73%, 픽셀플러스는 57% 상승했다. 일부 종목은 챗GPT를 만든 오픈AI 설립자 샘 올트먼이 방한해 한국 기업과 협력한다는 소식에 상승세를 탔다.
이 같은 중소형 AI 관련 기업들의 상승세는 1분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종에서 일찌감치 D램 감산 선언을 했던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 회복은 1분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분간은 국내 증시를 AI 관련주들이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화투자증권은 김수연·박승영 연구원의 투자전략 보고서를 통해 "1월 국내외 주식시장은 '살 게 없었다'고 요약할 수 있는데 2월 여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중심으로 대응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