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사용되는 전략 중 하나는 협상이다.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주도권이다. 테이블에 앉는 사람들은 주도권을 쥐기 위해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협상은 2022년 발발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이하 LIV 골프)의 전쟁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1년간 소모전을 펼친 끝에 PGA 투어와 LIV 골프를 지원하는 PIF가 협상을 시작했다. 주도권은 PIF가 쥐었다. 화수분 같은 사우디 석유 자본을 PGA 투어가 감당하기 어려웠다. 양측은 지난해 6월 새 법인을 발표했다.
정식 계약 마감 시한(지난해 12월 31일)을 넘겼지만,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PGA 투어는 전략스포츠그룹(SSG)을 앞세웠다. 주도권 쟁탈을 위한 체급 맞추기다.
PIF와의 협상을 최우선으로 둔 PGA 투어와는 다르게 LIV 골프는 선수를 영입하고 있다.
앞에서는 협상을, 뒤에서는 공격을 이어가는 형국이다.
LIV 골프는 남자골프 세계 순위(OWGR)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남자골프 4대 메이저에 출전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OWGR 50위 이내 유지다. 출전 길이 막히고 있는 LIV 골프는 메이저 우승자들을 주요 영입 대상으로 설정했다.
협상 시작 이후 처음 영입한 선수는 스페인의 욘 람이다. 람은 지난해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LIV 골프 선수들을 누르고 그린 재킷(마스터스 부상)을 입었다. LIV 골프는 PGA 투어를 옹호하던 그를 5억6600만 달러(약 7583억여원)에 영입했다. 선불금은 3억200만 달러(약 4046억여원)다. 이 영입으로 LIV 골프는 협상 주도권을 굳건히 지켰다.
지난해 6월 US 오픈에서 우승한 윈덤 클라크도 물망에 올랐다.
메이저 우승자가 아닌 선수들에게도 영입 의사는 전달됐다. 잉글랜드의 토미 플리트우드 등이다. 플리트우드는 "PGA·DP 월드 투어에 남겠다"고 거절했다.
아마추어에게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지난주 PGA 투어에서는 33년 만에 아마추어 우승자가 탄생했다. LIV 골프로 이적한 필 미컬슨 이후 처음이다. 아마추어의 이름은 닉 던랩이다. 미컬슨은 던랩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뜬소문으로 이어졌다. LIV 골프가 던랩을 영입 목록에 추가했다는 내용이다.
아마추어 신분인 던랩은 프로 대회 우승 상금을 받지 못했다. 한 매체는 "LIV 골프가 던랩에게 1000만 달러(약 133여억원) 이상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던랩은 이번 주 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기권을 선언했다. 고향에서 던랩은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아마추어, PGA 투어, LIV 골프다.
던랩의 고민은 아마추어, PGA 투어 선택이 아니다. PGA 투어, LIV 골프 선택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PGA 투어가 던랩의 LIV 골프행을 저지하기 위해 방어 중"이라고 보도했다.
1991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했던 미컬슨은 1년 6개월 동안 아마추어 신분을 유지했다. 프로로 전향한 후에는 메이저 6승 등 44승을 추가했다. 모든 것을 이뤘다고 생각한 그는 LIV 골프로 이적했다. 미컬슨은 계약금으로 2억 달러(약 2678억원)를 받았다.
던랩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이 받을 돈은 미컬슨이 받은 돈의 약 4%다. 리스크도 크다. LIV 골프에서 살아남지 못할 경우 아시안 투어나 콘 페리(PGA 2부) 투어에서 재입성을 노려야 한다.
이처럼 LIV 골프는 PGA 투어 전체를 흔들고 있다.
올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50주년을 맞았다. 기념일에 새 법인 발표를 하고 싶은 PGA 투어의 속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