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EU가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조사를 시작으로 중국산 바이오디젤 및 멜라민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하자, 중국은 브랜디 반덤핑 조사로 맞서는 등 치고받고 싸우는 형국이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리 창 중국 총리가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만나 무역 분쟁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해결을 위한 논의까지는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양측은 새로운 조사가 더욱 광범위한 무역 갈등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를 강조했다”면서도, 논의가 더 진전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양측이 문제를 거론하긴 했지만, 더 이상의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리 총리가 EU에 무역 제한을 가하는 데 있어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달 EU산 브랜디 및 기타 증류주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발표했다. 브랜디는 중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증류주로, 수입 브랜디의 99%는 프랑스산이다. 중국의 반덤핑 조사는 EU의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조사에 대한 보복이라는 게 중론이다.
앞서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중국산 바이오디젤 및 멜라민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반덤핑 조사의 초점은 중국산 바이오디젤 및 멜라민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춰서 EU 시장을 교란했는 지를 밝히는 것이다. EU는 지난해 11월에는 중국산 일부 플라스틱 제품에 임시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양국은 조만간 관련 제품들에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익명의 소식통은 중국이 이르면 오는 3월에 EU산 브랜디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에 대한 임시 관세는 6월 초에 부과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EU와 중국이 내달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등에서 무역 분쟁을 논의할 수 있는 점 등은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