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학자들이 향후 미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연착륙에 성공하지만, 장기적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반세계화 움직임이 미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를 초래할 것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7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주요 경제학자들과 당국자들은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진행된 전미경제학회(AEA) 연차총회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총회에 참석한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올해 인플레이션 관리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이 주시하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대비)은 2022년 6월만 해도 7.1%였으나, 지난해 11월에는 2.6%로 완화되면서 연준 목표치(2%)에 근접한 상태다. 에미 나카무라 UC버클리 교수는 "인플레이션의 전환점은 예측하기 어려워 겸손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에 도달한다는 전망은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둔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견조한 노동시장은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실업률은 3.7%로 50여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비농업 취업자 수는 전월 대비 21만6000명 늘면서 월가 예상치(17만명 증가)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여성과 이민자들의 취업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 경제학계의 분석이다.
노동력 공급과 함께 공급망 혼란 해소도 미국 경제에 연착륙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한 이유로 공급 측면에 주목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자동차 산업 등에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공급망 혼란이 팬데믹 종식과 함께 해소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재니스 에벌리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경제의 공급 측면이 사람들이 예상한 것보다 (경제 연착륙에) 더 유리한 방식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연착륙에 있어 가장 희망적인 부분이다. 왜냐하면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서 강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美 경제, 장기적으로 낙관 어려워"… AI 등 활용한 생산성 증대 강조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WSJ은 "경제학자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 경제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이들은 연착륙에 대해 안심하고 있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걱정한다"고 전했다. 에벌리 교수도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장기적 성장이 안정적으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들 경제학자는 미국의 장기 성장을 우려한 배경으로 글로벌 갈등으로 인한 반세계화 등을 언급했다.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정치 및 안보를 추구하기 위해 수십년 동안 세계화로 이룩한 생산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국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반도체 등 대중 수출품의 제재 강도를 올리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AI와 구조 개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에벌리 교수는 인구 고령화, 글로벌 갈등 증가 등에 맞서기 위해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적극적인 이민 수용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도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강조했다. 그는 AI가 노동자를 대체하는 방향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산성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도입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