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원청 대표이사가 대법에서 실형을 확정받은 첫 사례가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8일 중대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재판에 넘겨진 한국제강 법인은 벌금 1억원을 확정받았다.
지난해 3월 16일 경남 함안군에 있는 한국제강 공장에서 설비 보수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근로자 B씨가 1.2t 무게의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은 A씨가 안전 보건 관리 체계 책임자로서의 안전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애초 검찰은 중대해처벌법 위반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별개의 범죄로 판단하고 두 죄의 관계를 '실체적 경합' 관계로 기소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 보건 총괄 책임자로서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과 중대재해처벌법상의 경영 책임자로서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이행 등을 하지 않은 것이 별개의 범죄라는 취지다.
검찰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는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목을 갖는 '상상적 경합'이라고 판단했다. 상상적 경합일 경우 여러 개의 죄 중 가장 무거운 법정형을 따르게 되고, 실체적 경합범은 가장 무거운 죄의 처벌형을 기준으로 50%까지 가중 처벌할 수 있다.
1·2심 재판부는 A씨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보건 총괄 책임자로서의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하고,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 책임자로서의 '안전 보건 확보 의무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두 죄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봤다.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죄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와 상상적 경합 관계라고 봤다.
대법은 이같은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명과 신체의 보전을 보호 법익으로 하며, 모두 같은 일시·장소에서 같은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과를 막지 못한 범행에 해당해 사회 관념상 1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와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와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업무상과실치사죄는 1개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판시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이나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 건설 현장에 적용된다.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아 근로자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