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사이 반토막난 대면봉사…독거노인·장애인 '울상'

2023-12-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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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배달·말벗 등 대면 봉사현장 "인력 부족에 어려움"

비대면 봉사 늘어도 대면 봉사 수요 여전

복지센터 "기업 봉사의 질 상대적으로 높아…도움 시급"

15일 배미화 우리노인복지센터 센터장이 서울 구 우리노인복지센터에서 과거 반찬 봉사가 활발했던 시기를 회상하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은솔 수습기자
배미화 우리노인복지센터 센터장이 지난 15일 서울 노원구 우리노인복지센터에서 과거 반찬 봉사가 활발했던 시기를 회상하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은솔 수습기자]
"어르신들은 도시락 받으려 기다리는데, 봉사자가 없어요."

서울 노원구에서 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하는 배미화 센터장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지난 9월 대학 개강과 함께 봉사 신청이 뚝 끊긴 탓이다. 매주 도시락을 전달받던 독거노인들은 "왜 안 오냐"고 다그쳤다. 배 센터장은 어쩔 수 없이 봉사자들 대신 센터 직원들과 이들을 찾았다. 반찬 대신 간단히 두유만 챙겼다. 봉사자가 없으니 반찬을 만들지도 못 했다. 중단됐던 반찬 봉사는 이달 들어 봉사자가 늘면서 겨우 재개됐다.

다른 노인복지센터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기자가 찾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인근 독거노인 말벗봉사 행사 참여 인원은 5명에 그쳤다. 12년째 봉사를 한 이모씨(56)는 "한창 봉사가 잘 될 땐 60명까지 모였는데 요즘은 2~3명만 온다"며 "5명이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평소 2~3명이 한 팀으로 4가구를 짧게 방문한다"며 "이날은 5명이라 방문 대상 노인들과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최근 자원봉사 참여율은 10년 전보다 현저히 줄었다. 통계청이 지난달 8일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년간 자원봉사활동 경험이 있는 이는 전체 인구 중 10.6%에 그쳤다. 지난 2013년 약 20%에 달하던 때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자원봉사 참여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25%로, 1년 전(25.4%)보다 0.4%p 감소했다.

비교과활동으로 유지되던 청소년 참여마저 줄고 있다. 교육부가 2019년 생활기록부에 정규교육과정 외 비교과활동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올해 말 대입 전형부터 학교 봉사 외 개인 봉사활동 실적은 인정하지 않는다.

참여율이 줄자, 정부는 비대면 봉사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 지난 6월 '2023년도 자원봉사진흥 시행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기존의 집단·대면 위주 대신 비대면·1대1 방식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복지관이나 봉사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이 온라인 등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길을 넓혀주겠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비대면 봉사가 늘었다고 느끼고 있다. 비대면 봉사는 일회성으로 학교나 기업 등 기관에서 연결해 봉사할 때 인기가 많다. 일례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일반 도서 내용을 점자 프로그램에 입력하거나 음성 대독을 해주는 등의 활동이 있다. 박대삼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팀장은 "비대면으로만 참여자가 늘고 있다"며 "비대면 봉사는 수치상 200~300건 정도인데 대면 봉사는 20~30건 정도"라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의 조치에 대면 봉사가 필요한 영역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아우성치고 있다. 장애인이나 독거노인 등과 관계를 쌓는 일에는 여전히 대면 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행정안전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자원봉사활동 진흥을 위한 제4차 국가기본계획'에 따르면 자원봉사 중 '현장봉사' 비중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같이 밥 먹고 외출하거나 가사를 돕는 등 ‘대인 서비스’ 봉사는 94%가 현장봉사다.

실제로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인력난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외부 행사 때 봉사자가 부족해 일정을 뒤로 미루거나, 인원이 부족한 상태로 봉사가 이뤄졌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1년에 두 차례 서울시 인근 시각장애인 1500여 명이 모이는 큰 행사를 기획하는데, 봉사자가 200~300명 정도 필요하다. 박 팀장은 "최근 행사 땐 봉사자가 부족해 일정을 뒤로 미루거나, 인원이 부족한 상태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1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독거노인 집에서 노인의 생일을 맞아 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날 봉사자들은 육류 밀키트 등 다양한 선물을 들고 노인의 집을 찾았다 사진최은솔 수습기자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1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독거노인 집에서 노인의 생일을 맞아 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날 자원봉사자들은 육류 밀키트 등 다양한 선물을 들고 노인의 집을 찾았다. [사진=최은솔 수습기자]
특히 활동 성격상 '관계형성'이 주된 목적인 말벗 봉사는 비대면 전환이 어렵다. 지난 18일 신림동에 있는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한 자원봉사자들은 대상 가구 노인과 수 년째 관계를 쌓아온 이들이다. 이 가정을 8년째 방문했다는 김모씨(37)는 이 날 노인의 휴대전화에 유튜브 앱을 직접 설치했다. 4년째 봉사 중인 박모씨(32)는 노인에게 필요한 과자나 생필품을 미리 준비했다. 그는 노인의 다리를 주무르며 지난주보다 다리가 부어있는지 등 몸 상태를 점검했다. 박 씨는 비대면 봉사 활성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런 것을 온라인으로 어떻게 대체하죠?"라고 반문했다. 

복지센터들은 이들을 지원하는 기업 사회공헌 활동이 줄었고, 비용 투자, 임직원 단체 봉사활동 활성화 등 도움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1월 발표한 '2022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임직원 1인당 연간 평균 봉사활동 시간은 2020년 5.3시간에서 2021년 4시간으로 감소했다. 배미화 노인복지센터 센터장은 "기업 사회공헌 활동 차원의 봉사는 서비스의 질이 다른 경우보다 높다"며 "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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