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경선이 '안갯속'에 빠졌다. 은행·지주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후보에 오른 외부 출신 인사들이 들러리가 돼선 안된다고 금융당국이 지적하면서다. 당초 김태오 DGB금융 회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으나 최근 들어 외부 인사가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달 중,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 1차 후보군(롱리스트) 10여명을 선정하고 이들 가운데 최종 후보군(쇼트리스트)을 확정해 한 달간 검증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종 후보자는 내년 2월께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 회추위는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내·외부 후보군 선정을 위한 후보자 평판 조회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까지는 DGB금융의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알고 대구·경북 지역의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황 행장의 독주가 예상됐다.
이 원장은 모범관행 적용 시기에 대해 "지주 사정에 맞게 각자가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DGB금융의 회장 선임이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 후 첫 사례인 만큼 사실상 DGB금융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차기 회장은 외부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현재로서는 경북 성주 출신인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과 경북 의성 출신인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 전 행장은 2018년 DGB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 막판까지 김 현 회장과 치열한 경쟁을 펼친 인물이다.
내부에서는 황 행장 외에도 김경룡 전 DGB금융 회장 직무대행, 박명흠 전 대구은행장 직무대행, 임성훈 전 대구은행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판세를 뒤집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회추위가 차기 회장 후보 자격 요건을 '금융기관 20년 이상 종사자'로 정하면서 관료 출신이 '깜짝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은 금융기관에 포함되지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DGB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관심이 외부 후보군 선정·지원 과정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며 "당국이 내부 인사가 차기 회장 선임에 유리한 고지에 서는 것을 경계하는 발언을 한 데다가 김 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까지 커지며 외부 후보군이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