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세계 최대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품으며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배달 앱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 이어 명품 플랫폼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셈이다. 업계에서는 중고거래 플랫폼과 패션 플랫폼을 인수하며 이커머스 업계 2위 자리를 굳힌 네이버쇼핑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파페치를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2007년 영국에서 포르투갈 사업가인 호세 네베스가 창업한 파페치는 글로벌 1위 럭셔리 패션 플랫폼이다. 쿠팡은 이번 파페치 인수에 5억 달러(약 6500억원)를 투입했다. 이번 파페치 인수를 통해 쿠팡은 190개국에 진출한 이커머스 네트워크는 물론 인기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 쿠팡 럭셔리를 론칭하며 프리미엄 뷰티 시장을 넘보는 상황 속에서 명품 시장까지 사업 반경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쿠팡Inc는 투자사 그린옥스 캐피탈과 파페치의 모든 비즈니스와 자산을 인수하는 목적으로 ‘아테나(Athena Topco)’란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아테나 지분은 쿠팡Inc가 80.1%, 그린옥스 펀드가 19.9%를 소유했다.
쿠팡의 새로운 도전에 이커머스 업계는 ‘이례적’이라는 시선을 보낸다. 쿠팡이 글로벌 기업을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이전까지 신규 사업 진출 시 독자적인 브랜드를 론칭해 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파페치는 영국에서 탄생한 명품 플랫폼으로 전 세계 190개국에 1400개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23억 달러(약 3조원) 이상 매출액을 올렸다. 백화점 성공을 위한 흥행보증 수표를 통하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도 파페치 입점 브랜드다. 파페치는 독점 브랜드 인수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시도했으나 명품 시장 위축과 과도한 인수대금으로 위기를 겪으며 쿠팡으로 둥지를 옮기게 됐다.
일각에서는 흑자 전환에 성공한 쿠팡이 본격적인 성장에 가속도를 붙이고 2위와 격차 벌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빠른 배송을 앞세워 먹거리와 생활용품 등에서 강점을 지닌 쿠팡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명품, 패션, 뷰티 시장을 보완하는 투자를 단행했다는 얘기다.
물류 시너지도 기대된다. 쿠팡은 파페치 배송망과 국내 로켓배송을 결합해 해외 명품을 보다 빠르게 국내 소비자가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파페치 진출 국가 내 물류망에 쿠팡 DNA를 이식해 유럽에서 이례적인 빠른 배송을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쿠팡 관계자는 “유럽에서 탄생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 인수로 고객들에게 보다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명품도 쿠팡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되는 동시에 유럽 명품과 더 가까워진 한국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