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택시단체들과의 논의를 통해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의 수수료율을 2.8%로 조정키로 했다. 기존 실질 수수료율 3.3~5%에 비해 경감된 비율로 이를 반영한 신규 가맹택시 서비스를 내놓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빠르면 내년 4~5월경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가닥을 잡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수수료와 관련한 정부와 택시업계의 전방위적인 개편 압박 속 수수료 인하 카드를 내놓았다. 금융감독원은 수수료 20%를 걷었다가 업무제휴 명목으로 약 15~17%를 지급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중 수수료 체계를 상장을 염두에 둔 '매출 부풀리기'로 봤다. 윤석열 대통령도 11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모빌리티를 직접 겨냥해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경쟁자를 다 없애고 소비자를 유입시켜 시장을 장악한다"고 비판했다. 또 "(카카오 택시는) 그러고 나서 가격을 올린 것이기에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자칫 카카오T블루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오히려 카카오 독점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전국 가맹택시 대수는 6만대를 약간 넘는 수준으로 이 중 카카오T블루의 비율은 80% 중반(5만1655대)에 달한다. 이미 카카오모빌리티의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가맹택시 시장 구도가 더욱 기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우티와 타다 등 가맹택시를 하는 다른 사업자들의 수수료율은 2.5%다. 이들은 열세 속에서도 그나마 카카오T블루보다 낮은 수수료로 차별화를 시도해 왔는데, 카카오T블루 수수료율이 낮아지면 이들 역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게 된다. 문제는 이들 모두 이미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작다는 점이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수수료를 낮춘다면 결국 경쟁사들도 영향을 받는다"며 "이렇게 되면 다른 플랫폼 사업자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그야말로 택시를 통해 돈을 벌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택시요금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서 경쟁을 촉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국책연구원의 연구위원은 "윤석열 대통령 발언의 핵심은 '약탈적 가격'을 통해 독점력을 높이지 말라는 것인데 카카오의 수수료 인하가 오히려 이에 해당할 수 있다"며 "택시업계야 워낙 어려우니 당장의 수수료 인하가 반갑겠지만, 결국 카카오 쏠림이 심해지면 택시업계 영향도 좋지는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번 조치로 가맹택시의 이점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카카오의 가맹택시 법인이나 개인택시 기사들은 수수료를 내는 대신 카카오T 콜을 잡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메리트를 얻고, 각종 운행 데이터를 제공받으며 카카오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택시업계 요구로 택시 배차방식이 기존 콜 수락률 기준에 단거리 우선 배차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가맹택시 기사들 사이에서는 자칫 가맹과 비가맹 간 차별성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락률 위주로 평가할 경우 '콜 골라잡기'가 불가능한 가맹택시 쪽에 유리한 반면 단거리 배차를 병행하면 비가맹택시의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한 법인택시 고위 관계자는 "가맹택시라는 것이 카카오에 유료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는 셈인데 만일 확실한 이점이 없다면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