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기업, 육아기 노동자 배려의무 다해야"

2024-01-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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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일·가정 양립 위한 배려의무 관한 법리 바로잡아

사진박삼성 변호사
박삼성 변호사
원고인 사업주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시용기간 및 평가과정에서 육아기 근로자인 참가인에 대해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를 다했는지 심리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음에도 이를 다하지 않고 본채용 거부통보한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해 원심을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참가인 근로자는 종전 용역업체에서 8년여 기간 동안 근무해 왔는데, 새로운 용역업체인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근로 내용의 변함 없이 이 사건 영업소에서 계속 근무했다. 하지만 원고는 본채용 평가에서 참가인이 초번 근무하고 공휴일 및 근로자의 날에 무단결근을 했다는 이유로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를 했다.
 
원심은 근로계약 및 취업규칙에서 휴일로 규정한 근로자의 날은 참가인에게 근무 의무가 없으나, 초번 근무 및 공휴일 근무의 경우엔 참가인이 근무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의 원인사실이 존재하고,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판단해, 원고의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청구를 인용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고에 따르면 영업관리팀 소속 교대제 근무자인 영업주임의 순찰시간, 식사시간에 사무실을 관리하기 위해 같은 팀 소속 서무주임의 공휴일 근무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순찰․식사시간의 공백 정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면 육아기 근로자인 참가인에 대해 공휴일 근무의 횟수, 빈도나 근무시간을 조절해 연차휴가․외출등을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하거나 참가인이 바뀐 근로조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일정한 유예기간을 부여했더라도 이 사건 영업소의 운영에 큰 지장이 있었으리라고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 영업소의 여건, 인력 현황 등을 고려해 보면, 원고에게 공휴일 근무와 관련해 육아기 근로자인 참가인에 대하여 일ㆍ가정의 양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기대하는 것이 과도하거나 무리라고 보이지 않는다. 수년간 지속해 온 근무형태를 갑작스럽게 바꾸어 보육시설이 운영되지 않는 공휴일에 매번 출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참가인의 자녀 양육에 큰 저해가 되는 반면, 서무주임인 참가인에게 공휴일근무를 지시하여야 할 원고의 경영상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참가인은 종전 용역업체에서 근무할 때 자녀 양육 문제로 초번 근무를 면제 받았고, 원고에 고용이 승계된 후 이 사건 영업소 소장은 해고 이전에는 참가인의 초번근무 시 자녀의 등원시간에 맞춰 외출을 허용하기도 했다. 변론과정에서 이런 배려가 가능했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었고 소송대리인은 이런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 입증했다.
 
자녀양육과 관련해선 1심에서도 인정했듯이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이 있고, 이런 헌법상 부모의 자녀 양육권은 우리 사회의 객관적인 가치질서를 이루고 있다고 봐야 하며, 한편 민간 영역에서도 영유아의 양육을 배려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근로관계에서 ‘양육에 대한 배려 및 지원’에 관한 인식은 보편화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런 법리를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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