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조'가 귀환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지난 1일 국내 23개 정회원 은행을 대변하는 업무를 시작하면서다.
올 3월 신한금융그룹 회장직에서 내려온 지 9개월 만의 금융권 복귀이지만 조 회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은행권을 '이자 장사를 하는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 분위기 속에서 업계를 대변해 금융당국과 조율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첫 과제는 단연 상생금융…연내 상생금융안 발표 예정
올해 초부터 은행권에서 시작된 상생금융 흐름은 윤석열 대통령의 '종 노릇', '갑질'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이 있은 뒤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리고 이 매듭의 중심에는 23개 은행을 대변하는 은행연합회가 있다.
조 회장이 지난 1일 취임식에서 "어려운 경제상황과 외부 평가에 비춰 볼 때 국민 기대에 부응할 만큼의 노력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은행 입장이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 관점에서의 상생을 강조한 것은 당국이 금융지주 회장단과 은행장들을 만나면서 연일 상생금융 동참을 이끌어내는 상황을 감안한 결과다.
조 회장이 당국의 상생금융 주문에 내놓은 첫 답변은 중도상환수수료 일시 면제다. 이외에도 당국이 제시한 2금융권 자영업자·소상공인 차주의 1금융권 대환 등 상생금융안을 정리해 연내 공개할 예정이다.
은행권 비이자이익 확대, 관건은 조용병의 대관능력
은행권에선 조 회장의 대관능력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이자장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선 비이자이익을 늘려야 하는데 규제에 가로막힌 탓에 무작정 비이자이익 부문을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은행은 여·수신 등 고유 업무와 연관성이 있거나 금융위원회 신고를 통해 허용된 신규 업무 등 35개 부수 업무만 할 수 있다. 이를 제외한 투자일임 등 금융업 외 부수 업무는 불가능하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2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출범 이후 투자일임업 허용을 요구했다.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른 빅테크 기업들이 전자금융법과 인터넷은행법을 통해 금융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지만 은행의 비금융 진출은 가로막혀 성장 기회를 빼앗긴다는 게 주된 근거였다.
당장 당국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미지수다. 그러나 그가 신한금융지주 회장 시절 금융위·금융감독원과 업무 소통을 하며 보여준 대관능력을 고려할 때 정부와의 소통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용퇴 당시 불거진 외압 의혹을 부인하고 당국의 기조에 따랐던 만큼 현 정부와 무난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 후보자의 용퇴를 두고 이복현 금감원장은 "존경스럽다"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