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에 제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일 때만 해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하는 작품이 매진되는 걸 보지 못했어요. 초대권을 뿌려도 자리가 안 찼죠. 지금은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되는 작품은 전회 매진됩니다. 많이 발전했습니다.”
2008년 ‘창작팩토리’로 시작한 공연예술창작산실은 제작부터 유통까지 공연예술 분야의 단계별 지원을 통해 우수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사업이다. 지난 15년간 뮤지컬 ‘마리퀴리’, 무용 ‘클라라 슈만’, 연극 ‘빵야’ 등 274개에 이르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15주년 맞이한 ‘공연예술창작산실’에 관해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위원장은 “창작산실은 계속 진행 중이다”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예술위는 1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에 선보일 연극, 뮤지컬, 무용, 음악, 오페라, 전통예술 6개 분야의 작품들을 소개했다. 예술위는 28개 작품을 내년 1월부터 무대에 올린다.
예술위는 지난 15년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지원 방안을 밝혔다. 정 위원장은 “지금까지는 일회성으로 끝났지만 다년지원으로 바꿔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단계적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예술가, 단체들과의 만남을 통해, 창작자들이 무엇이 필요하고 평가는 어떤지 듣겠다”고 말했다.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는 시대상이 담겨 있다. 내년에 선보일 28개 작품은 동시대성, 다양성, 독창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강량원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극장장은 “올해 선정된 작품들은 역사 속에 숨겨진 다양한 인물을 재조명하는 작품이 많다”며 “현대인의 불안과 공동체에 대한 사유를 관객과 함께 나누는 작품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르별로 연극은 5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언덕의 바리’, ‘아들에게’, ‘테디 대디 런’, ‘이상한 나라의, 사라’, ‘화전’(火田)이다.
‘언덕의 바리’는 사진 한 장 남지 않은 독립운동가 ‘여자폭탄범 안경신’의 삶을, ‘아들에게’는 독립운동과 공산주의 운동을 했던 현미옥(앨리스 현)의 생애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이상한 나라의, 사라’는 조현병 환자를 둔 한 가족의 이야기다.
강 극장장은 “사회적 약자를 피해자나 수혜자의 관점에서 그리지 않고, 주체적인 입장으로 바라본다”며 “여성 독립운동가를 다룬 두 작품의 경우 독립, 민족, 국가를 넘어 한 여성의 삶을 조명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장르에선 ‘내 친구 워렌버핏’,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등 4개 작품이 선정됐다.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다양성과 실험정신이 담긴 작품들이다. 어린이 관객을 위한 2편의 뮤지컬을 마련한게 특징이다.
무용은 ‘애니멀’과 ‘어 다크 룸’, ‘반가: 만인의 사유지’ 등 6개 작품, 음악은 ‘민요 첼로’, ‘크로스 콘체르토 프로젝트’ 등 5개 작품, 오페라는 ‘3과 2분의 1 A’,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등 3개 작품이 뽑혔다.
전통예술 장르에선 ‘만중삭만-잊혀진 숨들의 기억’, ‘물의 놀이’, ‘남성창극 살로메’ 등 5개 작품이 선정됐다.
배우 차지연은 창작산실을 대표하는 홍보대사로 1년 간 활동한다. 2019년 올해의신작 선정작 창작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초연에 출연했고, 2021년 창작뮤지컬 ‘레드북’에 출연해 2022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2022년 올해의신작 선정작 연극 ‘빵야’의 쇼케이스에도 참여했다.
차지연은 “우리 민족, 우리 언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잘 표현하는 건 결국 우리들”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창작 작품은 굉장히 많은 영감과 위로, 용기를 준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