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허리띠 더 졸라매야"···카드사들, 성장·수익성 악화 불가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12회 여신금융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박성준 기자]

올해 '실적 혹한기'를 보내고 있는 카드사들이지만 내년 전망이 더욱 어두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고금리 시대 불경기와 어려운 조달 여건 속에 비용 부담은 커지면서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더욱이 수익성 위축이 구조적으로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6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12회 여신금융포럼에 참석해 "자금 조달 계획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취약 부문을 점검하는 등 긴장감을 가지고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위험 분산에도 힘쓸 필요가 있다. 또 시장 신뢰 확보를 위한 내부통제 재정비에도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렇듯 김 부위원장이 여신업계에 주의를 당부한 까닭은 업황이 내년에도 개선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올해 3분기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 합산 당기순이익(7369억원)이 전년 대비 15% 고꾸라진 가운데 이날 포럼에서 전망한 내년 카드업황도 밝지 못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신용판매 부문 수익성과 대출자산 건전성은 고금리 지속과 소비 둔화, 누적된 가계부채 등으로 인해 올해보다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건전성 등을 고려할 때 외형적 자산 규모 확대보다는 선별적 공급과 고객 관리 등 질적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신용판매 수익성 부문에선 올해와 유사하거나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소비 둔화 또는 더딘 회복 속도, 물가 상승률 하락 등이 명목 매출 증가세를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맹점 수수료율 상하단 변동이 제한돼 있어 영업비용에 대한 효과적 절감 여부가 수익성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산건전성에 대해서는 더욱 어두울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가 내려서도 차주 상환 부담이 단기간에 완화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대출금리가 시장금리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어 시장금리 하락이 대출금리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소득 정체는 장기적 시계에서 차주 상환 능력에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오 연구위원은 "할부와 리볼빙 등 대출성 소비가 확대되는 가운데 이들의 실질적 상환 부담에 대해 자세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간편결제 시장 확대 역시 위협 요인이다. 오 연구위원은 "구조적으로 수익성이 위축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데이터 강점을 활용해 카드사가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