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株式) 거래와 채권(債券)을 비롯한 증권 투자가 대중화하고 있습니다. 거래소에는 나날이 새로운 종목이 상장하고 수많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이들 종목이나 지수와 관련한 상품을 끝없이 쏟아냅니다. '채권·주식 가치 탐구(권주가·券株價)'는 자본시장에 이제 입문한 기자가 종목, 시장, 산업을 공부하고 관점을 세워 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尹의 특명 'MSCI 선진시장 지수' 입성…그게 뭔데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한국 기업이 있을까요? 한국이 ‘MSCI 선진시장 지수’에 편입되고 한국 증시 종목들이 해외 자본을 대거 유치해 급속 성장한다면 가능성을 기대할 만하죠. 지금 정부가 출범하면서 마련한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자본시장 혁신과 투자자 신뢰 제고로 모험자본 활성화’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에요.
자본시장 혁신과 투자자 신뢰 제고로 모험자본 활성화라는 국정과제의 실천과제 가운데 하나를 기획재정부(기재부)가 주관하는데요. 여기에 ‘외환시장 선진화 및 해외 투자소득 제고’라는 제목으로 몇 가지 추진성과를 적어 놨어요. 우선 이 정부가 처음 출범한 2022년 2분기에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 기본 내용을 마련했다는 것으로 시작해요. 그리고 올해 2월 발표한 ‘외환시장 구조개선방안’, 5월 해외투자자 대상으로 진행한 ‘범부처 합동 로드쇼’와 글로벌 은행 개별 면담, 10월부터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개정한 ‘외국환거래법 시행령’을 시행했다고 밝히고 있죠.
현행 외국환거래법 시행령에는 아래와 같이 좀 더 구체적인 개정 이유가 나와요.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원화표시 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고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재무건전성 등 일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외국 금융기관의 경우에는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등록한 후 대외지급수단의 매매 등 외국환업무를 취급하고 외국환중개회사를 통해 내국지급수단을 매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한편, 해당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기획재정부장관의 감독 및 검사 권한을 한국은행총재에게 위탁하여 해당 권한이 효율적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
그런데 MSCI가 뭐고,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 같은 제도 개편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요?
외국인 자금 유입 통로 넓히겠다는 윤석열 정부
우선 외국환거래법 시행령의 의미부터 짚어 볼게요. 쉽게 말하면 기재부에 등록한 외국 금융기관에 환전업무를 허용하고 그 감독권한을 한국은행에 맡긴다는 얘기예요. 외국인이 자기 돈을 원화로 바꿔서 한국 자산에 투자하기 편하게 유도하려고요. 외국인이 한국 자산에 투자하기 쉬워지게 하면 해외 자본이 국내 자본시장에 더 잘 유입되고 시장이 더 커지고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우리끼리 노력한다고 끝나지 않아요. 외부 전문가들, 특히 해외 자본시장 투자자와 전문기관에서 아, 한국 자본시장에 외국인 접근성이 나쁘지 않구나, 인정받아야 하죠. 예를 들면 한국이 MSCI 지수 같은 주가지수 유형 중 선진국 시장으로 분류되는 것이 그런 대외적인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에요.
MSCI 지수는 미국의 국제 신용평가사이자 자본시장 지수 산출업체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세계 각국 주요 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 종목을 취사 선택해 산출하는 주가지수예요. MSCI 지수는 단일 지수가 아니라 어느 종목으로 구성됐느냐에 따라 몇 가지 다른 명칭의 지수로 나뉘어요.
크게 나눠 보면 세 가지인데요. 우선 ‘MSCI 선진국 지수(MSCI WORLD INDEX)’라는 것이 있어요. MSCI 선진국 지수는 MSCI가 ‘선진시장(DM, Developed Market)’으로 인정한 23개 국가를 대표하는 대형주·중형주로 구성돼요. 해당 종목들이 각국 유통량 기준으로 조정된 시가총액의 85%가량을 다루도록 선별·포함되고요.
여기에 선진시장으로 분류되는 나라는 △호주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홍콩 △아일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싱가포르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영국 △미국 등 북미, 유럽·중동,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걸쳐 있는 23개국이에요. 이 지수는 1986년 3월 31일 처음 발표됐어요. 애플, MS, 아마존, 엔비디아, 알파벳(구글 지주사), 메타플랫폼(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테슬라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 10월 말 기준 MSCI 선진국 지수 상위 10대 종목에 포진돼 있어요.
MSCI 지수에서 한국은 ‘신흥시장’… 선진시장 문턱 못 넘어
다음으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MSCI 신흥국 지수(MSCI EM INDEX)’라는 것이 있어요. 원래 명칭은 MSCI 신흥시장 표준(EM Standard) 지수인데 보통 짧게 줄여 써요. MSCI 신흥국 지수는 MSCI가 ‘신흥시장(EM, Emerging Market)’으로 분류한 24개 국가를 대표하는 대형주·중형주로 구성되는데 해당 종목들이 각국 유통량 기준으로 조정된 시가총액의 85%가량을 다루도록 선별·포함되죠. 이 지수는 1988년 6월 30일 처음 발표됐고, 한국은 1992년 1월 이 지수에 편입됐어요.MSCI 웹사이트의 2023년 10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여기에 포함되는 나라는 △브라질 △칠레 △중국 △콜롬비아 △체코공화국 △이집트 △그리스 △헝가리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멕시코 △페루 △필리핀 △폴란드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만 △태국 △터키 △아랍에미리트 등 중남미, 유럽·중동·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에 걸쳐 있고 1400여개 종목을 담고 있어요. 종목 전체 시가총액은 6조2664억4993만 달러(약 8202조원), 시총 상위 1위가 대만의 TSMC, 2위가 중국의 텐센트, 3위가 한국의 삼성전자예요. MSCI 신흥국 지수 구성 종목의 국가별 비중은 1위가 중국(29.89%), 2위가 인도(15.88%), 3위가 대만(15.07%)이에요. 한국은 4위(11.78%)죠.
마지막으로 MSCI 개척지 지수(frontier market INDEX)가 있어요. 이 지수는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아이슬란드 △리투아니아 △카자흐스탄 △루마니아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케냐 △모리셔스 △모로코 △나이지리아 △튀니지 △서아프리카경제화폐연맹(WAEMU) △바레인 △요르단 △오만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스리랑카 △베트남을 포함해요. 보시다시피 선진국, 신흥국, 개척지로 세분된 지수 중 하나에 포함된 나라는 나머지 분류에는 포함되지 않는데요. 어느 나라가 어떤 지수에 들어가느냐는, 각국 증권시장의 규모와 이를 규율하는 나라의 제도 수준·특성에 달려 있어요.
선진시장 핵심 기준 “경제 발전 지속성, 규모·유동성, 시장 접근성”
MSCI가 어떤 국가를 세 지수 중 어느 하나로 분류할 것인지 판정하기 위해 적용하는 기준이 있답니다. 이 기준은 크게 △경제 발전의 지속 가능성 △규모·유동성 △시장 접근성으로 구성되고요. 한 나라의 규모·유동성은 연간 거래되는 총 주식 가치의 백분율로 주식 유동성을 나타내는 ‘연간거래가치비율(ATVR)’과 유동시가총액(float market cap), 전체시가총액(full market cap)이 일정 값을 충족하는 기업 수로 판정돼요. 시장 접근성은 외국인 투자 개방성, 자본 유출입 용이성, 시장 운영 효율성, 투자 상품 가용성, 제도적 안정성 등의 수준에 따라 판정되고요.MSCI는 개척지 지수, 신흥국 지수, 선진국 지수로 나눠 놓은 모든 국가의 시장 분류를 정기적으로 검토(review)하고 필요하면 분류를 바꿔요. 한국처럼 신흥국 지수에 포함된 나라가 선진국 지수로 갈아타려면, 먼저 지수 편입 후보군을 의미하는 ‘관찰대상국(watch list)’에 1년 이상 등재되고, 이후 각 평가 기준에서 더 높은 수준을 달성해야 해요. 한국은 이미 지난 2008년 MSCI 선진국 지수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렸는데 2014년에 이 명단에서 빠졌어요. 2015년 이후에도 선진국 지수 승격을 노려 왔지만 성사되진 않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