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재의 A to Z 경제] 공매도 금지 4주차…외신 "내년 총선 앞둔 포퓰리즘 전략" 지적

2023-1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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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한 지 4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공매도가 금지되면 주가가 오를 것으로 투자자들은 기대했지만 급등세는 ‘하루 천하’에 그쳤습니다. 외신들은 주가 거품을 막아줄 수 있는 공매도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변질됐다며 정부의 '포퓰리즘'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27일 닛케이 아시아는 한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환영을 받았지만, 해당 조치는 정부가 내년 총선에서 지지를 얻기 위한 하나의 '포퓰리즘 전략'일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고평가된 주식의 거품을 없애주는 장치인 공매도가 사라져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블룸버그 통신도 한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로 투자자들이 개별 주식 선물에 약세 베팅을 하게 돼 한국 증시는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의하면 일부 한국기업의 선물은 투자자들이 잠재적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현물 가격 대비 최대 6%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시장의 변동성을 증가시킬 위험이 있고,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킵니다.
 
시장에서는 선물 가격 할인은 공매도 수요의 흡수로 인식합니다. 선물과 현물 차익 거래가 급증해 현물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거죠.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선물 가격 할인은 공매도 수요 흡수다”라면서 "선물과 현물을 포함한 공격인 차익 거래가 급등해 궁극적으로 현물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외국계 기관 투자자는 공매도 금지 이후 약 1850억원에 달하는 개별 주식 선물 펀드를 매도하고 있습니다. 매도한 상품 중에는 공매도가 집중됐던 종목들을 담고 있는 상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오는 12월 만기를 앞둔 BGF리테일과 포스코DX의 개별주식 선물은 이달 초 현물가보다 최소 10% 저렴하게 거래됐습니다. 공매도 금지 이전에는 유상증자가 진행되면서 한화오션만 대폭 할인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물 만기일에는 프로그램 매도 주문량이 많아 현물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를 통해 말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나오는데도 정부가 공매도를 금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외신은 내년 4월에 있을 총선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5일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전면금지를 발표했습니다.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거래 차단 시스템이 갖춰지는 내년 6월까지 신규 공매도 계약을 막을 계획입니다.

발표 다음날인 6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5.7% 급등하며 3년 반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다음날 2.3% 하락, 2400선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주가의 드라마틱한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며 "잠재적인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공매도 전면 금지 후 가격효율성은 저하되고, 변동성과 극단수익률의 발생 빈도도 증가해 시장 거래를 위축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 왼쪽부터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정각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 왼쪽부터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정각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MSCI 선진 지수 편입을 노리고 있던 우리나라 증시가 관찰대상국에 올라 더 어려워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공매도 금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 등 과거 주식시장 크게 요동을 칠때마다 한시적으로 단행됐고,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날 "공매도자들이 오해를 받고 있다"는 사설을 통해 "공매도 규제는 증시에 해롭고 효과도 없다"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등으로 약세장이 펼쳐질 때마다 공매도가 주가 폭락의 주범으로 지목됐지만 공매도 금지 주장에는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FT는 "일부 회의론자들은 내년 4월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한국 증시 주도 세력이 된 개인 주식 투자자를 달래기 위한 정치적 노력"이라면서 "건강하고 투명하고 자유로운 시장의 핵심은 공매도를 포함한 다양한 주식 트레이딩 전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외신이 거론한 공매도의 순기능은 가격 발견 유동성·리스크 관리, 증시 거품 제거 등입니다. 

FT는 지난 20일 월가의 전설적인 공매도 투자자 짐 차노스가 설립 약 40년 만에 자신의 헤지펀드를 폐쇄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공매도 세력은 가격이 하락하지 않으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어 집중적인 리서치로 보다 공정한 평가로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금융주 공매도를 금지했던 미국 등 13개국에서 금융주 공매도 금지 조치가 금융주 주가 하락을 늦추는 데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2020년 3~5월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급락장에서 모든 주식에 대해 일시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단행한 유럽 6개국(프랑스·이탈리아, 스페인·벨기에·오스트리아·그리스) 사례에서도 공매도 금지 후 주가 부양 목표 실패, 거래량 위축·호가 스프레드 확대, 주가 범위·변동성 등 주가 안정화 실패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했습니다. 
 
공매도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일각에서는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로 MSCI 선진지수 편입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한다"며 "그러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증권시장은 변동성이 크고 개인투자자 비중도 높아 장기적으로는 우리 증권시장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FT는 "시장 참여자들은 한국 증시에서 무차입 공매도 관행이 널리 퍼져 있거나, 이득이 된다는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며 "금융위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MSCI 선진시장 승격을 꿈꾸던 한국의 오랜 야망을 약화시킬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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