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창업주가 '관리'의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는 것은, 결국 관리의 부재로 인해 카카오 계열사 차원에서 온갖 논란들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한때 카카오 대표로도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해 경영진과 함께 그간 스톡옵션으로 받았던 카카오페이 주식을 대량으로 한꺼번에 매도해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 결국 이 문제가 불거져 카카오 대표로 정식 부임하지 못했다. 지난 9월에는 카카오 당시 김기홍 재무그룹장이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한 것이 드러나면서, 노동조합이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러한 경영진들의 '도덕적 해이' 외에도, 카카오가 수년 전부터 비판받고 있는 골목상권 침해와 문어발 확장 문제 역시 근본 원인은 계열사 차원의 콘트롤타워가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카카오의 이러한 전격적 움직임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왜 진작 이렇게 기민하게 움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카카오와 관련한 취재를 하다 보면 늘 그러한 의문에 휩싸이고는 했다. 조직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은 이미 2019년 카카오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이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카카오가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그에 걸맞은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카카오는 스스로 변화를 시도하는 데 미진했다. 계열사들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골목상권 논란이 잇따랐고, 위탁 데이터센터에서 난 화재로 인해 카카오 전체 서비스가 먹통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연이어 벌어졌음에도 변화를 택하지 않았다. 그 사이 카카오 계열사 단위에서는 계속해서 유사한 문제들이 불거졌고, 결국 올해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SM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의혹이 터지면서 투자총괄대표는 물론 김 창업주까지 검찰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택시를 콕 집어 독점 폐해까지 지적하자 그제야 부랴부랴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늦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찌 됐든 카카오는 늦게나마 '관리', '쇄신', '준법경영' 등을 외치고 있다. 뒤늦은 변화가 그나마 통하기 위해서는 결국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 이후 두 달 뒤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속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의 원전 경구는 '양을 잃고 우리를 고쳐도 늦은 것은 아니다'는 뜻이라며, 늦었지만 철저한 예방을 통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 장관이 카카오 서비스 먹통과 관련해 한 말이지만 이는 지금 카카오 그룹 전체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물론 그동안 너무 많은 양을 잃어버리기는 했다. 워낙 오랫동안 우리를 고치는 데 소홀해 장시간 동안 밀린 숙제를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당장 가장 코앞에 다가온 현안인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 간담회도, 대략적인 논의 방향은 나왔지만 결국 구체적으로 어떻게 합의안을 마련할 것인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가맹택시 운영 방식 등 개별 사안에 대해 택시4단체와 가맹택시인 '카카오T블루' 기사들 간 입장이 다르다는 점도 변수다. 택시4단체는 오는 30일로 예정된 2차 간담회에서도 1차 때와 마찬가지로 가맹택시 쪽과는 별도로 회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택시업계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빚어진 문제이지만 이런 상황이 되기까지 해묵은 갈등을 두고만 본 카카오모빌리티의 책임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렇듯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카카오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검찰은 카카오 핵심 경영진에 대한 수사를 벼르고 있고, 택시업계 등 카카오와 얽힌 여러 이해관계자도 카카오의 빠른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김 창업자가 '연말'이라는 시한을 공개적으로 기자들 앞에서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일 테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를 비롯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페이·카카오게임즈 등 카카오 핵심 계열사들의 대표 임기가 나란히 내년 3월이면 끝난다는 점도 카카오의 시간을 더욱 촉박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게 다 너무 늦게 쇄신을 외쳤기 때문에 자초한 일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