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의혹이 제기된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해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더불어민주당이 이정섭 차장검사를 고발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20일 처남이 운영하는 골프장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차장검사는 처남의 부탁으로 이 골프장의 직원과 가사도우미 등의 범죄 기록을 조회해 줬다는 의혹 등이 제기된 상태다. 한 그룹의 임원으로부터 리조트에서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대검찰청은 같은 날 이 차장검사를 대전고검 검사로 직무대리 발령했다. 이 차장검사는 쌍방울그룹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 쪼개기 후원 의혹, 이 대표 배우자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지휘해 왔지만, 직무대리 발령으로 수사에서 배제됐다.
이 차장검사를 겨냥한 수사가 이 대표에 대한 수사 동력 저하 등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제기된 의혹을 수사해야만 한다. 이 사건 역시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로 성과를 낸다면 국민적 의혹을 규명하게 되고 정치적 공격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지난 2015년 서울남부지검에서 부장검사의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 언론 보도까지 됐지만, 의혹의 당사자는 징계도 받지 않고 퇴직했다. 그해 같은 검찰청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에 대해서도 결론 없이 감찰이 종결됐다. 이들 사건에 대해서는 내부의 은폐 의혹도 제기됐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8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도 폭로됐고, 검찰은 그제서야 진상조사단까지 꾸려 수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관련해 술 접대를 받은 전·현직 검사들에 대한 수사 결과도 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당시 검사 4명 중 2명에 대해서만 뇌물보다 형량이 가벼운 청탁금지법을 적용해 기소했다. 나머지 검사에 대해서는 중간에 자리를 이동했다는 것을 근거로 그 시간까지만 참석자 수만큼 나누는 '더치페이' 계산법을 적용해 비판받았다. 더구나 비용을 결제한 사람도 향응 수수자로 간주해 1인당 금액을 낮추기까지 했다.
검찰의 칼이 내부에는 무디다는 의심을 받게 한 결정적인 사건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수사다. 이른바 '별장 성 접대' 의혹으로 불린 이 사건은 검찰에서 3차례 수사를 진행했지만, 성범죄 혐의는 결국 기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3번째 수사 과정에서는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영상을 검찰이 무시했다"는 당시 경찰청장의 비판도 나왔다. 그가 출국하는 것을 막은 행위가 위법했다며 고발된 사건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
'스폰서'로부터 지속해서 금품과 향응을 받은 부장검사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도 검찰의 오점으로 남았다. 이 사건은 공수처가 출범한 이후 검찰의 기소 독점을 깬 1호 사건이기도 하다. 공수처에 대한 여러 평가와 견해가 나오고 있지만, 해당 사건은 공수처의 설립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 주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이번 이 차장검사 사건은 공수처도 입건한 상태라 검찰의 수사는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는 일부 혐의를 공수처에 이첩하라는 주장도 있다. 이 차장검사가 고발된 혐의 중 어느 기관이 수사할지를 따져봐야 할 부분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부분은 검찰은 수사권 범위 내에서 철저히 수사하면 된다는 것이다. 다른 기관이 아닌 검찰도 검사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이 차장검사를 직무대리 발령하면서 대검이 밝힌 '엄정한 기준'에 따라 수사한 후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로 검찰도 충분히 자정(自淨)할 수 있는 조직이란 사실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