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100℃] PGA 투어-PIF 판세는 오리무중

2023-11-1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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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끓어오르는 100℃

사진AP·EPA·연합뉴스
PGA 투어 깃발과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사진=AP·EPA·연합뉴스]
지난 6월 6일(현지시간) 미국 CNBC. 제이 모너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커미셔너와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이하 BSM)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왕자의 금고지기라 불리는 야시르 알 루마얀 사우디 국부펀드(PIF) 총재가 출연했다.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진행자를 바라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담소를 나눴다. 이탈리아 첫 만남을 시작으로 새 법인(PGA 투어 엔터프레이즈) 구성 등을 설명했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기까지 했다.

PGA 투어와 PIF가 후원한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이하 LIV 골프)의 1년 전쟁을 무색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LIV 골프는 지난해 6월 영국 런던에서 시작됐다. 그레그 노먼 LIV 골프 커미셔너를 앞세워 PGA 투어, DP 월드 투어 선수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했다. 그 결과 PGA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대거 LIV 골프로 이적했다.

PGA 투어와 DP 월드 투어는 문단속을, LIV 골프는 문단속하는 이들과 소송전을 펼쳤다. 선수와 투어 간, 선수와 선수 간 소송이 줄을 이었다.

뒤에서는 소송 싸움을, 앞에서는 상금 싸움을 펼쳤다. LIV 골프는 매 대회 2500만 달러(약 327억2000만원)를 걸었다. 이에 PGA 투어는 주요 대회 상금을 증액했다. 대회 후원사에 무리한 요구를 했다. 논의 없는 상금 증액 통보다. 힘 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결단이었다.

사우디에서 샘 솟는 석유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PGA 투어는 막대한 소송 비용, 무리한 상금 증액 등으로 자금난에 봉착했다.

PGA 투어가 PIF와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한 이유다. PGA 투어 정책위원회(이하 정책위) 이사인 지미 던과 에드 헐리히가 주선했다. 양측은 5페이지 분량의 초기 계약서에 서명했다. 정식 계약은 올해 마지막 날(12월 31일)까지 하기로 했다.

계약과 방송 발표 이후 모너핸 커미셔너는 비난의 대상이 됐다. 선수가 주체인 PGA 투어에서 선수들과 상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요 선수들이 타이거 우즈를 앞세웠다. 결국 정책위는 우즈를 선수 이사로 받아들였다.
 
지난 6월 6일 미국 CNBC에서 제이 모너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커미셔너왼쪽와 야시르 알 루마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총재가 새 법인 설립을 발표해다 사진EPA·AP·연합뉴스
지난 6월 6일, 미국 CNBC에서 제이 모너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커미셔너(왼쪽)와 야시르 알 루마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총재가 새 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사진=EPA·AP·연합뉴스]
일정 맞춘 PGA·DP 월드 투어…LIV 골프는 다른 길로
PGA 투어와 DP 월드 투어는 일정을 맞췄다. 2년에 걸친 시즌에서 1년(단일) 시즌으로 변경했다. 가을 전에 정규 대회를 마치고, 가을에는 가을 대회를 하는 구도다. DP 월드 투어는 이 기간을 백(Back)9이라고 명명했다.

LIV 골프를 의식한 두 투어의 일정 변경이었다.

지난 9월 영국 데일리메일은 "PGA 투어, DP 월드 투어, LIV 골프가 2025년 18개 대회를 함께 개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LIV 골프는 동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시스템을 단단하게 다지고 있다.

LIV 골프는 내달 8일부터 사흘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골프클럽에서 프로모션(승강전)을 진행한다. LIV 골프와 아시안 투어 인터내셔널 사이의 승강전이다. 승강전에는 LIV 골프행 티켓 3장이 걸렸다.

승강전 외에도 자유계약(FA)과 외부 선수 영입, 이적 시스템 등도 추가했다.

아울러 지난 11일 호주 대회(LIV 골프 애들레이드) 개최를 발표했다. 일정은 내년 4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이다. 

PGA 투어와 DP 월드 투어는 일정을 비웠고, LIV 골프는 일정을 채웠다.
 
타이거 우즈가 자욱한 안개 속에서 한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타이거 우즈가 자욱한 안개 속에서 한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모너핸·매킬로이 "사우디 거래 현재 진행 중" vs 워싱턴 포스트 "새 투자자 고려"
서로 다른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모너핸 커미셔너는 최근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소속 선수들에게 쪽지를 보냈다. 쪽지에는 '우리는 PIF와의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에 집중하고 있다.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적었다.

DP 월드 투어 상금왕에 오른 로리 매킬로이도 모너핸 커미셔너의 말에 힘을 실었다. 

"완벽한 골프 일정을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지금과는 다른 방식일 것이다. 변화가 있을 것이다. 지난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미국의 맥스 호마와 저스틴 토머스가 대회에 출전했다. 그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전 세계 대회에 출전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어 매킬로이는 "외부 사람 중 세부 내용을 아는 사람은 없다. '단단한 벽' 안에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개할 소식이 있으면 공개될 것이다. 거래가 성사된다 해도 완벽하지 않다. 모든 것은 미국 정부에 달렸다. 법무부가 승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킬로이가 언급한 '단단한 벽'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졌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PGA 투어가 새로운 투자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책위 문건을 입수하면서다.

해당 문건에는 사우디가 아닌 새로운 투자자에 대한 검토가 나온다. 주요 투자자로는 팬웨이 스포츠 그룹(PSG)이다. PSG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을 근거지로 하는 회사다. 주요 투자처는 보스턴 레드삭스(MLB), 리버풀 풋볼클럽(EPL), 보스턴 커먼 골프(TGL) 등이다.

미국 정부도 문제다. 미국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상원 의원 선거와 하원 의원 선거도 동시에 진행된다.

선거를 앞두고 사우디 투자를 찬성하기란 쉽지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BSM 사우디 왕자의 관계도 껄끄러운 상황이다.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은 공개 석상에서 "폭압 정권(사우디)이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해 미국이 애써 가꿔온 제도(PGA 투어)를 돈으로 사려는 형태"라고 지적했다.
 
그레그 노먼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커미셔너 겸 최고경영자CEO가 두 손가락을 피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그레그 노먼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커미셔너 겸 최고경영자(CEO)가 두 손가락을 피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LIV 골프 "유명 선수 이적할 것"…심상치 않은 PGA 투어 선수들 움직임
노먼 LIV 골프 커미셔너는 지난달 LIV 골프 최종전(팀 챔피언십)을 앞두고 "유명한 선수들이 LIV 골프에 합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팀 챔피언십에서는 선수 영입 발표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이 사이 스페인의 욘 람이 TGL에서 탈퇴했다. TGL은 스크린골프 리그다. 우즈와 매킬로이 등이 만들었다. 주축은 PGA 투어 선수다. 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 "TGL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행운이 있길 기대한다. 최고의 팀이 승리하길 기원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LIV 골프 이적설 직후 벌어진 일이다. 한 팟캐스트는 "람이 LIV 골프에 3억 달러(약 4000억원)를 제시했다가 거절당해 PGA 투어에 남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TGL 탈퇴로 LIV 이적설이 부풀려졌다.

람의 탈퇴에 콜린 모리카의 넷플릭스 컵 탈퇴도 도마 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컵은 PGA 투어 선수와 F1 드라이버가 출전하는 이벤트다. 컵 이름처럼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주도한다. 모리카와는 최근 불참을 선언했다. 이유는 운동 중 등 부상이다.

모리카와 역시 LIV 골프 이적설을 신경 썼다. 불참 선언문 하단에 "대회에 출전하지 않지만, 현장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15일) 매킬로이는 정책위 선수 이사에서 사임했다. 지난 6월 발표 이후 두 번째 사임이다. 첫 번째 사임자는 AT&T 명예회장이었던 랜덜 스티븐슨이다. 정책위는 매킬로이 대체자를 찾는다.
 
최근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 등이 만든 스크린골프 리그 TGL에서 탈퇴한 람 람은 지난 4월 남자골프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했다 사진마스터스
최근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 등이 만든 스크린골프 리그 TGL에서 탈퇴한 람. 람은 지난 4월 남자골프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했다. [사진=마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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