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투어웨이] 그랜드 파이널의 의미

2023-11-1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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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LPGA
[사진=KLPGA]
그랜드 파이널(Grand Final). 호주 스포츠계에서 처음 사용된 표현이다. 뜻은 최종 경기, 웅장한 마지막 등이다. 표현만으로도 이목을 집중시키자, 전 세계에서 사용했다. 종목으로는 호주식 축구와 럭비를 시작으로 아이스하키, e스포츠, 하키, 골프 등에서다. 일반 경기가 아닌 우승을 결정짓는 주요 경기에 사용됐다.

지난 12일 강원 춘천시 라비에벨 올드코스(파72)에서 종료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에서도 이 표현이 사용됐다.

표와 포스터 등에 도배됐다. 스윙하는 디펜딩 챔피언 박민지 위로 대문자 더(THE) 마저 붙여 더 그랜드 파이널(THE GRAND FINAL)이라고 적었다.

최종전에 알맞은 쓰임이다. 실제 이 표현은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대회장 스타트하우스에 마련된 갤러리 플라자에서 한 갤러리는 표를 가리키며 "그랜드 파이널"이라고 말했다.

표현으로만 보면 한 시즌 대회장에서 피, 땀, 눈물을 흘린 상위 선수만을 위한 마지막 경기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총 77명이 출전했다. 자격자 71명과 추천자 6명으로 나뉜다.

대회 요강에는 참가 자격 카테고리가 나온다. 1~5번으로 나뉜다. 1번은 영구시드권을 획득한 선수다. 안선주와 이보미 등 2명이다.

2번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메이저 우승 선수다. 대상자는 김수지, 박민지, 박지영, 박현경, 이예원, 임희정, 장하나, 홍지원 등 8명이다.

3번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일반 대회 우승 선수다. 고지우, 곽보미, 김해림, 마다솜, 박보겸, 박주영, 방신실, 서연정, 송가은, 유효주, 이가영, 이소미, 이소영, 이정민, 이주미, 임진희, 장수연, 정윤지, 조아연, 지한솔, 최은우, 한진선, 홍정민, 황유민, 황정미 등 25명이다.

4번은 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 추천 선수다. 이를 통해 문정민, 박성현, 이다연과 아마추어 3명(오수민, 정지효, 최정원)이 출전했다. 총 6명이다.

이다연은 메이저 우승 선수 카테고리를 갖고 있다. 자격자이지만, 추천 선수 신분이 됐다. 대회 취소 클릭 실수로다. 다른 대회로 오인해 이 대회를 취소했다가 조직위의 배려로 출전하게 됐다. 그래서 추천 선수인 이다연 옆에는 카테고리가 적혀있다.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여기까지가 41명이다. 총 출전 선수 77명 중 과반이 넘는다.

마지막 5번째 카테고리는 기간 상금 순위다. 순위 기준은 직전 대회(S-OIL 챔피언십)다. 설명이 모호하다. '상위 70위 안에 든 선수가 미달될 경우 차순위도 출전할 수 있다.' 이 카테고리를 통해 36명이 출전했다. 정작 중요한 카테고리가 빈자리를 채우는 꼴이다.

대회 결과 영구 시드권 선수 등 1~4번 카테고리 선수 대다수가 최하위에 위치했다.

4번 카테고리 이다연은 3번 카테고리 임진희와 우승 경쟁을 펼쳤고, 4번 카테고리 박성현은 팬클럽(남달라), 은퇴 후 캐디로 변신한 김시원과 신스틸러 역할을 했다. 

그랜드 파이널에서 정작 중요한 5번 카테고리 선수들은 부각되지 않았다.

이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LG SIGNATURE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페덱스컵 투어 챔피언십과는 정반대다.

PGA 투어를 주 무대로 삼는 임성재는 시즌 초 목표를 '투어 챔피언십 진출'로 설정한다. 페덱스컵 포인트 상위 30명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부산 해운대비치 골프 앤드 리조트에서는 KLPGA가 공인한 이벤트 대회인 위믹스 챔피언십이 열린다. 위믹스 포인트 랭킹 상위 24명을 초대한다. 한 골프계 관계자는 "위믹스 챔피언십이 최종전 같다. 상위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다. 마음만 먹으면 나갈 수 있는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은 일반 대회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최종전의 의미를 되새겨볼 때다. 다음 시즌 무색한 그랜드 파이널이 아닌 그랜드 피날레(인상 깊은 마지막)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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