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택시 수수료 논란을 진화하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했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까지 전면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수수료 정상화 외에도 목적지 미표시 도입 등의 조치가 수반될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적인 비판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늦장 대처'라는 비판이 크다. 택시업계가 전달한 요구안 수위도 상당히 높아, 원만한 합의 도출은 힘들 거란 우려도 나온다.
김 센터장은 13일 오전 일찍 경기 성남시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서 3차 카카오 공동체 비상경영회의를 주재했다. 앞선 1·2차 회의는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진행했지만, 이날은 인근 카카오모빌리티 본사로 장소를 옮겼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커진 '택시 수수료' 논란을 그룹 차원에서 민감하게 조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17년 동안 길렀던 수염도 모두 밀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같은 날 오후 택시업계와 연쇄적으로 만났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4단체와 간담회를 하고, 이후 곧바로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모임인 가맹점협의회와 추가 만남을 가졌다.
택시업계는 이 자리에서 가맹사업 주체 변화와 수수료 인하 등을 요구했다. 택시 단체가 가맹사업 주체를 맡는 게, 수수료 인하 효과를 촉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목적지 미표시제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현재 카카오모빌은 가맹택시(카카오T 블루)에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순 호출만 이어주는 일반 택시에는 목적지를 표시한다. 이 때문에 '콜 골라잡기'를 우려하는 이용자들이 웃돈을 주고라도 가맹택시를 타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후 고객 이탈을 염려한 택시기사들이 어쩔 수 없이 가맹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는 악순환이 형성됐다.
일부 단체에선 가맹사업 철수까지 요구하고 있다.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 서비스를 접으란 뜻이다.
업계에선 일단 카카오모빌이 택시 수수료를 시장 평균 수준까지 맞추는 조치를 마련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다른 가맹택시인 우티·타다 라이트 등은 2~3% 수준의 수수료를 일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조치로 상황을 수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가 요구하는 사안과 카카오 조치 간 격차가 상당한 게 이유다.
구체적인 수수료 개편 방안 발표까지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이날 두 차례 회의 외에도) 당분간 비슷한 성향의 회의가 이어질 것"이라며 "여러 의견을 모두 조율해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