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데탕트(긴장 완화)가 세계 경제에 숨통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 풀 꺾이게 되면 세계 무역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미·중 양국은 전 세계 상품과 서비스의 40% 이상을 생산한다.
세계 무역 한 숨 돌릴까
AP통신은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세계 경제가 글로벌 무역 전쟁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세계 경제는 2020년부터 코로나19, 인플레이션 급등, 고금리, 러·우 전쟁 및 이·팔 전쟁 등 연이은 위기를 겪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가 올해 3%, 내년에 2.9% 성장하는 등 부진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무역 장벽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지난해 약 3000개에 달하는 새 무역 제재를 부과했다. 이는 2019년 1000개 미만의 추가 제재 부과에 비해 급증한 것이다.
또한 IMF는 전 세계 무역 증가율이 올해 0.9%, 내년에 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00~2019년 기간 중 연평균 증가율이 4.9%였던 것에 비해서 크게 쪼그라든 수준이다.
그러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미·중 정상이 오는 15일 얼굴을 맞대기로 하면서, 세계 경제 긴장 국면이 일부분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대면하는 것은 1년 만이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만나 양국이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등 관계 개선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 시장 붕괴, 청년 실업 급증, 해외 기업의 투자 감소 등으로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ASPI)의 웬디 커틀러 부사장은 “미국 기업이 짐을 싸서 중국을 떠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은 중국이 여전히 사업을 수행하기에 좋은 곳이란 점을 투자자들에게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중이 홍콩, 신장 자치구 등 인권 문제, 남중국해 갈등, 대만 문제 등 경제 문제를 넘어 정치 및 안보 문제를 겪고 있는 점은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내년에 대만과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어 미·중 긴장이 고조될 위험도 있다.
5년 간 지속된 미·중 무역 전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과의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선포한 이래 미·중 관계는 살얼음판을 걸었다. 지난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외국 기업에 광대한 시장을 개방하겠다던 약속을 위반했다며,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 정부도 보복 관세로 맞대응했다.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후 미·중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기 전인 2018년 초 3%였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 관세율은 현재 19%가 넘는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미국 상품에 대한 중국의 관세는 무역 전쟁 시작 전 8%였던 것이 지금은 최대 21%까지 높아졌다. 또한 바이든은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의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구축했다.
미·중 경쟁은 첨단 기술 경쟁으로 확대됐다. 마크 워너 상원의원(민주당)은 “이제 국가 안보는 단순히 누가 탱크와 총, 배와 비행기를 가장 많이 보유하는지 아니다”라며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5G 등 통신 기술의 전투에서 누가 승리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폭스뉴스에 말했다.
AP통신은 “어떤 점에서 미·중 무역 긴장은 트럼프 시대보다 바이든 시대에 훨씬 더 높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첨단 반도체와 이를 생산하기 위한 장비를 막는데 고안한 수출 통제에 중국은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는 등 중국은 지난 8월 자체 무역 규제로 맞섰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국은 미국 컨설팅 회사 캡비전, 민츠그룹 베인앤컴퍼니 등을 조사하고 마이크론에 대한 보안 심사를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