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2高1低' 고착화…새로운 경제 공식 필요하다

2023-11-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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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어제의 공식이 오늘의 구식이 된다. 어제의 낡은 공식으로는 오늘의 숙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어제의 숙제는 그 공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숙제가 달라진 오늘은 새로운 공식을 이용해야만 한다. 필자는 『스태그플레이션 2024년 경제전망』을 통해서, 2024년을 고물가-고금리-저성장이 고착화 되는 뉴 레짐(new regime)의 시대로 정의했다. 새로운 공식의 도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저물가 시대를 겪어온 우리는 고물가라는 ‘이상한’ 과제를 맞이했고, 저금리 시대를 경험한 우리는 고금리라는 ‘이례적’인 부담을 견뎌야 하게 되었다. 2024년에는 고물가와 고금리가 지속하다 보니, 이 현상이 ‘이상하고’,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 새로운 체제가 되어버리고 만다. 경제 주체는 좋든 싫든 뉴 레짐에 익숙해지고, 이를 점차 받아들이게 된다. 뉴 레짐은 고물가-고금리-저성장의 고착화이고, 이는 다시 말해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즉, 2024년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체제에 놓이게 된다.
 
고물가의 고착화

”인플레 압력이 낮아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23년 8월 잭슨홀 미팅의 기조연설에서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한 발언이다. 즉,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끈적끈적하게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에도 고물가라는 숙제를 채 해결하지 못한 채 한 해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고물가 기조가 고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OECD는 세계 주요국들이 2022~2023년에 찾아온 인플레이션 현상이 2024년에는 다소 완화되지만, 주요국의 목표물가 수준인 2%에 부합하게 떨어지는 데 제약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OECD의 주요국별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
자료  OECD20239 OECD Economic Outlook
자료 : OECD(2023.9) OECD Economic Outlook

고금리의 고착화
2022~2023년은 긴축의 시대다. 물가를 잡기 위해 시작한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는 0.25%였던 기준금리를 짧은 시간 내에 5.5%로 올려놓았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향후 금리에 쏠린다. 2024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것인지, 있다면 언제 있을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기준금리 인하의 시점은 곧 ’물가가 안정되었다는 확신이 들 때‘가 될 것이다.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inancail Times)는 2023년 9월 ’Higher for longer’라는 문구를 표지에 걸었다. 2024년 상반기까지는 목표하는 물가수준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겠다. 최근의 통화정책 기조를 반영한 명확한 표현은 ’Higher for longer’다. 당분간은 높은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다. 2024년 하반기에 물가지표가 ’확실히‘ 안정화 될 경우, 1~2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연준 입장에서는 향후 물가에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2023년 연초까지만 해도 경기침체 혹은 시스템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오직 물가목표만을 달성하기 위해 강한 긴축을 단행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다. 다행히도 미국경제가 강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는 상황이다. Fed(연방준비제도)는 9월 FOMC 후 경제전망(SEP, 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을 통해서 2023년과 2024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0%, 1.1%에서 2.1%, 1.5%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즉, 극심한 경기침체를 우려해 기준금리를 조절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연준은 향후 발표되는 미국의 물가지표에 집중해서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다.
 
IMF의 주요국 권역별 기준금리 전망 (단위 : %p)
자료  IMF202310 World Economic Outlook
자료 : IMF(2023.10) World Economic Outlook.

저성장의 고착화
고물가-고금리의 압력은 저성장을 더 고착화한다. 고물가-고금리는 경제성장에 제약을 가하기 마련이다. IMF는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2022년 3.5%, 2023년 3.0%, 2024년 2.9%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평년 성장률 3.8~3.9% 수준을 밑돌아 경기침체 국면이 장기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OECD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
자료  IMF202310 World Economic Outlook
자료 : IMF(2023.10) World Economic Outlook.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기업이 어렵지 않을 수 없다. 원자재와 부품값이 오르니 수익이 악화된다. 기업의 자본은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으로 구성되는데, 타인자본 즉 빌린 돈의 대가(이자)가 높으니 적극적으로 신산업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 역동적으로 경제가 성장할 수 없는 이유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가계도 어렵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대규모 파업이 일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뜩이나 고금리 상황에 이자상환 부담이 가중되어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들고 있는데, 물가는 한없이 비싸니 소비할 수 없다. 고물가 기조가 유지되는 한 실질소득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텅장’이라는 표현이 많은 것을 설명해 준다. 통장에 월급이 들어와도, 이자나 공과금 등이 빠져나가면 텅텅 빈다는 의미다.
 
가계와 기업이 쪼들리니, 정부도 예산지출을 확장적으로 펼칠 수가 없다. 기업의 경영활동에서 나오는 게 법인세고, 가계의 노동 및 소비활동에서 나오는 게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아닌가? 경제 주체의 경제활동 수준이 수축되는 국면이기 때문에, 세수가 많이 걷힐 수도 없고 세출을 많이 늘릴 수도 없다. 정부지출도 쪼그라들기 때문에, 경제가 확장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뉴 레짐의 시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2024년의 새로운 체제, 즉 뉴 레짐은 스태그플레이션이다. 고물가-고금리-저성장 기조를 한마디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뉴 레짐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경제 주체는 물가 상황에 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떨어지는 것은 맞지만, ‘물가 아직 안 잡혔다’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물가안정목표제하에 있다. 한국이나 미국 등과 같은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목표물가는 2%다.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정점을 이미 통과했고, 미국도 하향 안정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2%라는 목표물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아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4년 상반기까지 2% 수준으로 떨어지는 데 제약이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첫째, 고물가-고금리는 기업의 신규투자를 억누르는 환경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사업 의지를 고취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둘째, 한파나 폭설과 같은 계절적 요인과 설 수요가 맞물려 식료품 물가가 급등할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셋째, 고물가는 유독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실추시킬 수 있으므로 재정정책의 초점이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장치를 확충하는 데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저성장에도 대응해야 한다. 첫째, 재정 운용의 미를 살려야 한다. 예산을 긴축적으로 계획할지라도 어떤 분야에 예산을 집중함으로써 경제가 효율적으로 순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한 단위의 예산이 수십, 수백 단위의 경제활동을 이끌 수 있도록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세계 주요국들이 경기침체 국면에 처해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름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나라들이 있다.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과 같은 주요 신흥국들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교역을 늘려나가야 한다. 셋째, 저성장의 고리에서 탈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신시장-신기술-신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선제적 규제 완화는 물론이고, 기업이 신규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오늘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고민해야 한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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