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성장판 닫힌 중국경제, '잃어버린 30년' 오는가

2023-08-1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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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대도망’이 일고 있다. 중국경제가 나쁘다 보니, 기업인들이 자본을 들고 해외로 떠나는 현상이 지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징지르바오(經濟日報) 등과 같은 언론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해외 투자가 연간 2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는 세계 약 50위권 국가의 한해 GDP에 달하는 규모다. 중국 재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逃亡(도망)’이라는 은어로 표현하고 있고, 앞으로도 유행처럼 번질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현상에 이어, 중국 기업들이 해외로 ‘도망’하는 배경에는 중국경제 그 자체에 있을 것이다. 중국은 6월 21.3%에 달하는 역대 최고치의 청년실업률을 기록했고, 7월에는 통계를 누락 발표했다. 역대 최고치를 크게 경신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경제의 현실을 명확히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디플레이션 위협의 현실화
세계가 고물가에 허덕일 때, 중국은 홀로 저물가의 늪에 빠져있다. 2022~2023년 세계는 초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이했는데, 중국은 디플레이션 공포에 처해 있다. 미국은 9.1%(2022년 6월), 영국은 11.1%(2022년 10월), 유로존은 10.6%(2022년 10월)를 기록하는 41년 만의 초인플레이션을 겪었는데, 중국은 최고 2.8%(2022년 9월)를 기록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에서 벗어났다. 전혀 다른 세상인 듯하다. 특히, 고성장-고물가-고금리의 체제에 있는 신흥개도국과 저성장-저물가-저금리의 선진국은 엄연히 차이가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1~2% 성장하는 선진국이 10%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때, 중국처럼 5~6% 성장하는 신흥국이 2%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마어마하게 낮은 물가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료 : 중국국가통계국, 중국 물가상승률 추이]


2023년 7월 들어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3월 0.7%, 4월 0.1%, 5월 0.2%, 6월 0.0%로 제로물가 기조를 유지하다가 7월 –0.3%로 하락했다. 통상 생산자물가(PPI)는 소비자물가(CPI)를 2개월 정도 선행하는데, 중국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10월 이후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 4월 –3.6%, 5월 –4.6%, 6월 –5.4%, 7월 –4.4%를 기록하며 하락세가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향후 중국 소비자물가는 0%를 밑돌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중국의 대내외 경제환경이 녹록지 않은 데다가, 미·중 패권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같은 구조적 변화에 당면해 있는 상황이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디플레이션 소용돌이(Deflationary Spiral)’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숨겨진 부채’가 남겨둔 덫
중국경제의 정상화 속도가 더딘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부채다. 특히, 지방정부의 부채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지방정부가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지와는 별개로, 경기부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데서 그 문제의 본질을 찾을 수 있다. 2020년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비지출 등으로 지방정부의 부채가 급증했고, 2022년 부담을 덜 기회를 얻기도 전에 2차 셧다운으로 부채가 가중되었다.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규모는 2023년 기준 약 40조 위안에 달하며, GDP 대비 32%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1조 위안에서 두 배가량 증가했다.
 
광의의 정부부채로 손꼽히는 LGFV의 부채를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방정부의 자산을 담보로 인프라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 지방정부융자기구)의 부채는 2022년 60.0조 위안, 2023년 66.3조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GDP 대비 53%에 이르는 지방정부의 부채가 숨겨 있다. 최근 쿤밍토지개발투자와 쿤밍뎬츠투자와 같은 LGFV가 회사채를 만기가 지나서 갚으며 디폴트(default, 채무불이행)를 겨우 모면하는 일이 발생했다. 신용위험까지 고조되는 상황에서 단기간 안에 경기를 부양시킬 만한 뚜렷한 대응수단이 부족하다고 평가된다.
 
성장판이 닫힌 중국
중국경제의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IMF는 2023년 중국이 5.2% 성장에 그치고, 2024년에는 4.5%로 경제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크지 않을뿐더러, 2024년에는 그 효과도 사라질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023년 연초에 기준선 50을 상회하는 듯했다가 4월부터 다시 내려가 50을 밑돌고 있다. 제조업은 그렇다 하더라도 서비스업은 2023년 연초 상당한 수준으로 회복되는 모습이었으나 3월 이후 강한 내림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7월 제조업과 비제조업 PMI는 각각 49.3, 51.5에 머물러 있다.
 
 
자료  중국국가통계국 중국 구매관리자지수 추이
[자료 : 중국국가통계국, 중국 구매관리자지수 추이]


중국경제는 대내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다. 대내적으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가 함께 찾아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에 처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패권전쟁이 장기화하고, 중국에 제조기지를 두었던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다른 주요국으로 이동하는 ‘차이나 엑소더스(China Exodus)’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성장판이 점차 닫히는 기로에 놓였다.

 
자료  IMF20237World Economic Outlook update 중국의 경제성장률과 수출증감률 추이 및 전망
[자료 : IMF(2023.7)World Economic Outlook update, 중국의 경제성장률과 수출증감률 추이 및 전망]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중국경제가 당면한 위험요인이 한국경제에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국경제는 상당한 수준으로 꼬꾸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당분간 빠져나올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실물경기가 부진한데, 재정건전성도 악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위험은 상당 부분 은행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은행의 ‘공적 역할(national service)’에 대한 요구를 높일 것이고, 은행은 지역경제와 금융안정을 위해 대출 상환기간을 연장하거나 정책금융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통해 한국경제에 위험을 전이시키는 연결통로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한국의 경제주체들이 그 위험을 떠안지 않도록 경고음을 울려야 한다.
 
“중국으로부터 공장을 다른 나라로 이전해야 하는가?” 기업인을 만날 때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산업 유형과 재정 상황 등에 따라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대응전략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꼭 주지해야 할 것은 탈중국 현상이 트렌드인 것이지 그러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동종업계의 많은 기업이 중국을 떠나면 떠날수록 남아있는 기업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에 공장을 둔 이유가 ‘생산’에만 국한된다면 더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이 있는 국가로 이전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고, ‘생산’뿐만 아니라 ‘시장’으로서의 의미가 강하다면 굳이 단기간 안에 서둘러 중국을 떠날 필요가 없겠다. 중국의 성장판이 닫히더라도 여전히 4~5%의 성장 속도를 가진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실적인 리쇼어링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리쇼어링이 가능한 산업을 선별해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완화된 규제환경과 기술교류 등을 목적으로 해외에 공장을 이전한 기업들이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 자유무역지역, 규제프리존과 같은 정책수단이 있고, 규제샌드박스나 규제자유특구 등의 장치를 활용해야 한다. 해외 현지법인이나, 해외 주요 기업들이 오고자 하는, 한국만이 할 수 있는 특화된 유인책이 필요하다. 한국은 5G 선도국가고, 고도화된 스마트 시티 인프라를 활용해 R&D, 시범 운용, 서비스 개발을 시도하는 산업군을 집적시킬 능력이 있다. 주요 산업 클러스터를 요충지로 하여, IT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에 특화된 리쇼어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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