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이준석 신당'· '금태섭 신당' …제3지대의 딜레마

2023-1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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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내년 4월의 22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신당’ 얘기가 우후죽순처럼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신당을 추진했던 것은 금태섭 전 의원이 당대표를 맡고 있는 ‘새로운선택’이다. 지난 9월 19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연 새로운선택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양비론 위에서 “상식에 맞고 합리적인 주장을 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양극화·극단화 된 정치상황을 비판하며 제대로 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약속이었다.

그런데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 ‘한국의희망’이 창당 발기인대회를 먼저 열었다. 한국의희망은 지난 6월 26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갖고 “진영 논리와 부패에 빠진 ‘나쁜 정치’를 ‘좋은 정치’로, 낡고 비효율적인 정치를 과학기술에 기반한 ‘과학 정치’로, 그들만의 특권을 버리고 국민 삶을 바꾸는 실용적 ‘생활 정치’로 건너가겠다”고 밝혔다. 새로운선택과 한국의희망은 현재의 양당 구도를 비판하며 제3지대에서의 새로운 대안을 표방하는 점에서 결이 비슷하다. 
하지만 두 개의 신당 흐름은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해왔다.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싫다는 부동층의 비율이 늘어난 환경에서 신당의 명분은 차고 넘치지만, 정치적 리스크가 큰 신당에 참여할 더 이상의 현역 의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현역 의원들의 합류 없이는 신당의 파괴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했던 것이다. 

그러던 신당의 흐름이 다시 관심사로 급부상한 것은 ‘이준석 신당’ 때문이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이후 목소리를 높이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에 대한 징계 취소라는 ‘인요한 혁신위’의 ‘사면’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오히려 신당 추진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기 시작했다. 12월 말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신당을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변화할 가능성에 대해 이 전 대표가 “굉장히 적다고 본다. 0과 1% 사이 어디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일단은 신당 창당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다 보니 기존의 ‘금태섭 신당’, ‘양향자 신당’에 이어 ‘이준석 신당’이 등장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자 이준석 전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3자 회동을 지난 10일에 가졌다. 회동이 끝난 뒤 김 전 위원장은 "서로 잘 융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들이 함께 신당을 할 것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뜻을 함께한다고 느끼고, 함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이 전 대표도 금 전 의원과 함께 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당연히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오늘 그 가능성을 부정할 정도의 이견은 보지 못했다"고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금 전 의원 또한 생각의 차이는 당연하다며 "자꾸 이야기를 들으면서 존중하다 보면 대화나 논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이라며 함께 신당을 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서로의 생각이 많이 다를 것이라는 관측들과는 달리, 두 사람은 일단 함께 하는 데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이준석 신당’과 ‘금태섭 신당’ 사이에는 방향과 정체성, 그리고 정치 행태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첫째, 이 전 대표는 최근 들어 영남지역에서 국민의힘과 맞대결을 벌이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자신이 수도권이 아닌 대구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실적으로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내는 건 어렵다”며 “수도권도 당연히 승부수지만, 핵심적으로 회피하지 않아야 하는 게 영남”이라는 것이 그의 얘기이다. 이 전 대표의 구상은 총선에서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인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국민의힘과 맞대결을 해서 보수정당의 판갈이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이 자신이 추진하는 신당을 '영남 신당'이라고 표현하자 이 전 대표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가 대구에서 승부를 걸 경우 영남을 최대 승부처로 삼는 ‘영남 신당’이라는 시선을 받는 상황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전 대표가 영남에서 승부를 거는 구상은 수도권을 최대 거점이자 승부처로 삼아야 하는 새로운선택과는 방향 자체가 크게 다르다. 이준석의 신당은 보수정치 내부에서의 권력투쟁이라는 성격을 갖는 데 반해, 금태섭 신당은 진보와 보수를 함께 넘어서는 제3의 길을 추구하는 점에서 성격과 전망의 차이가 존재한다. 

둘째, 이준석 신당과 금태섭 신당은 정체성과 정책노선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대남’(20대 남성) 노선의 주창자이다. 여성에 대한 구조적 불평등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대남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이 전 대표의 젠더 정책은 ‘남녀 갈라치기’이며 여성 혐오라는 반발을 사왔다. 반면에 금 전 의원은 여성주의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다. 다른 지엽적인 정책에서의 차이라면 모르겠지만, 국민의 절반인 여성 문제에 대한 세계관의 근본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쉽게 봉합되기 어려운 성질의 것이다. 

물론 양당 구도를 넘어설 제3의 신당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서로 간의 절충을 통한 정책노선의 합의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 전 대표가 선봉에 서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내걸어온 ‘이대남’ 노선은 그런 일시적 절충으로 좁혀질 수 있는 성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도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똑똑한 여성이 이 나라를 발전시켰지 남자들이 발전시킨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한데 대해 이 전 대표는 "이렇게 하면 여성표가 오를 것이라는 단순한 처방과 편견서 벗어나라"고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런데 정의당 소속이고 페미니즘을 추구해온 여성 정치인인 유호정·장혜영 의원도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에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여 의아하다. 물론 장 의원은 젠더 정책에 대한 이 전 대표의 입장 변화를 선결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러다 보니 신당 세력들은 정체성의 딜레마에 갇혔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양당 구도에 맞서는 제3의 신당이 파괴력을 가지려면 하나로 힘을 합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정체성의 근본적 차이를 덮고 너도 나도 손잡는 신당은 ‘야합’이라는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 ‘신당’이라는 이름을 표방하려면 무엇이 새로운가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국민에게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대학원 사회학 박사 ▷전 경희대 사이버대학교 NGO학과 외래교수 ▷전 한림대 사회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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