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압구정·여의도·성수·잠실 등 주요 지역에서 초고층 아파트 건립 계획이 추진 중이다.
하지만 원자재 값,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초고층 설계와 건축이 필요한 아파트는 공사비가 많게는 두 배 가까이 오를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인허가 기간과 공사기간이 길어지며 금융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등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라는 인식이다.
건축법상 층수가 50층 이상 또는 높이가 200m 이상인 아파트는 '초고층 건축물'로 분류돼 더 많은 심의와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초고층 건축물은 건축물 안전영향평가 대상이 돼 49층보다 착공 전 심의 기간이 길어진다. 또 100m 이상 또는 30층 이상이면 소방성능 관련 협의 등에도 6개월 정도 걸린다. 초고층 재난관리법에 따라 30개 층마다 대피층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초고강도 콘크리트로 시공해야 한다. 고층일수록 지진, 바람 등 재난에 취약할 확률이 높아 구조안정성 보강을 위해 지하층을 더 깊게 파고 특수구조물도 설치해야 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 전까지 대략 1년 정도 더 걸리는데 착공 이후로도 1년 이상 기간이 더 필요하고 공사비는 40~100%까지 증가할 수 있다. 50층부터는 기간과 비용이 확 늘어난다"고 말했다.
일례로 작년 서울시 공공재개발 사업인 동대문구 용두1-6구역은 지상 61층까지 짓는 데 공사비가 3.3㎡당 992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같은 해 재개발·재건축 평균 공사비 606만5000원보다 63% 높은 수준이었다. 2016년 해운대 엘시티도 당시 20층대 아파트 건축비 대비 두 배인 737만원이었다.
이렇다 보니 시공사나 조합 측에서도 무조건 초고층만을 고집하기에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50층 이상 초고층 재건축을 두고 고민 중인 잠실 장미아파트 조합 관계자는 "공사비용, 금융비용이 증가하는 것과 조합원들이 얻을 수익을 철저히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비업체인 엘림토피아 유기열 대표는 "일반 아파트보다 여러 가지 설비가 많이 들어가고 구조체도 더 보강돼야 해 비용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만 조합원들로서는 초고층으로 지었을 때 얻게 되는 조망권으로 인한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하며 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도 "시공사로서는 초고층으로 해서 높아지는 비용만큼 공사비를 적정하게 책정해주기만 한다면 우리 브랜드의 랜드마크 빌딩이 생긴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다만 그렇지 않으면 공사비 갈등을 겪게 돼 건설사로서도 골치 아파진다. 도급 순위 20위권 건설사라면 50층 이상 아파트를 지을 기술력은 충분히 되지만 일부 회사들이 고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초고층 아파트 건립 계획 중인 정비구역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최고 69층을 계획하는 부산 촉진2-1구역은 공사비 갈등으로 지난 6월 시공사 계약을 해지한 뒤 2회 연속 시공사 선정 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