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명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78)은 우리나라 정치 현황을 진단해달라는 요청에 이렇게 답했다.
이 이사장은 아주경제와 가진 대담에서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과제로 '협치 회복'을 꼽았다. 그는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무너진 협치의 대표 사례로 들었다.
그는 "지금은 목소리 큰 놈, 싸움을 제일 잘하는 놈이 제일이니 정치를 정치라고 할 수 없다"며 "여야의 협치가 회복돼야 갈등·분열이 줄어들고, 그래야 양극화가 해소된다. 또 양극화가 해소 돼야 정치가 공정·원칙에 의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야당은 야당대로, 그리고 여당은 여당대로 물러날 사람들은 물러나고 그 빈 자리에 싱싱한 젊은이들을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러려면 당이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여야 모두 신진 인사를 기용해 당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당선 가능한 지역에 과감하게 청년층을 배치해서 정치판을 뒤집어 엎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다만 젊다고 해서 무작정 끌어와선 안 된다고 조건을 붙였다. 이 이사장은 "젊은 사람 중에 제대로 자질 갖춘 사람을 뽑아야 한다"며 "정치를 잘못 배운 청년 중에는 속만 늙어서 기성 정치인 흉내를 그대로 내는 사람이 있다"고 예시를 들었다.
이어 "정말로 젊고 활기차고 노선이 뚜렷한, 그러면서도 미래 정치 희망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돈 봉투' 의혹에 대해서 "민주당이 망하는 길로 돌아선 것"이라고 거침없이 평가했다. 정치 원로의 눈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이다.
이 이사장은 "송영길 전 대표 한 사람만 문제라면 그 한명만 도려내면 되는데, 현직인 이재명 대표도 문제"라며 "전·현직 당대표 모두가 법정에 설 판인데, 민주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아울러 "미래가 있으려면 지금의 민주당을 정통성 있는 야당으로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 민주당은 껍데기뿐이다. 당내 부패를 청산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정통성 있는 민주당을 만들면 국민들이 기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3지대의 창당에 대해서도 원로 정치인으로서 조언했다. 이 이사장은 "어떤 규모가 됐든 간에 제3지대에서 새로운 당이 나오긴 나올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제3당이라는 것은 스타성 있는 인물 1~2명으로 되는 게 아니다"고 짚었다.
그는 "국민들께서 '저런 사람들이 모여서 당을 만들면 정치가 제대로 되겠구나'라는 기대치가 있는 인물들이 모여야 한다"며 "그냥 인기 있는 정치인 한두 명이 앞장서면 당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의석 확보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