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제시카법'을 입법예고한 법무부가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이기 때문에 위헌 요소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중형벌은 아니더라도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한국형 제시카법 입법예고 기자회견을 열고 "거주지 지정은 보안처분이라서 위헌이라는 것(지적)은 이미 해결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보안처분 형태의 사실상 구금형?..."위헌성 완전히 해소된 것 아냐"
징역형으로 죗값을 치른 출소자에게 또 다른 형태로 구금하는 건 '이중처벌'이라는 지적에 한 장관은 제시카법은 형벌과 구분되는 '보안처분'이라고 본다. 하나의 범죄에 두 개의 형벌이 아닌, 하나의 형벌과 보안 처분을 각각 부과하기 때문에 이중처벌이 아니라는 취지다.
그럼에도 위헌성 지적이 제기된다. 보안처분은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신상공개제도처럼 형벌과 달리 위험 예방 목적의 행정 제재다. 그러나 법안 내용에 따라 보안처분 형태를 띤 사실상 구금 성격의 형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안 처분이기 때문에 무조건 합헌인 게 아니라 이제 과도한 인권 침해이냐 아니냐는 또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근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금 형태가 동일하다는 점, 그리고 교도소와 그 이외에 보호수용이나 여러 가지 교정시설의 차이가 많지 않고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다면 사실상 이중처벌"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과거 똑같이 구금 형태이나 근거법령만 달리한 제도로 보호감호와 보안감호 처분이 있었다. 두 제도는 특정 혐의로 복역한 사람에게 필요성에 따라 일정 시설에 수용하도록 하는 처분이지만, 처분 주체가 법원과 법무부 장관으로 달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두 제도가 폐지된 후 형사 보상이 문제가 되자 "보호감호 처분과 보안감호 처분은 근거 법률만 달리할 뿐 실제로는 자유의 박탈이라는 점에서 형사보상에 관해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대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국외 추방날까지 보호시설에 가둬둘 수 있도록 한 출입국관리법에 대해 구금기간의 상한을 두지 않았다는 근거 등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헌재는 일정한 이동이 가능하더라도 제한이 돼 있고 폐쇄적으로 운영된다면 구금이라고 본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제시카법 딜레마', 거주 이전의 자유vs지역사회 주민 불안감
법무부는 적절한 제도 운영을 통해 위헌 소지를 해소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장관은 "공익의 관점에서 법률에 의해 기본권 제한을 할 수 있다며 "헌법의 근본 가치를 훼손하는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제시카법 제도 취지를 살리면서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위헌 요소를 줄이기 위해 자유로운 왕래와 출퇴근 등을 허용하면 지역 사회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재범 위험을 방지한다는 제도 취지 역시 달성하기 어려운 딜레마가 있다. 김 연구위원은 "시설 수용 조건 등을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으로 한다면 법률로서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원칙에 반하는 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시설에 가둬놓고 아예 출입 못하게 한다면 사실상 구금"이라며 "본인 동의 아래 약물 치료를 하는 대신 시설에 안 들어가는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약물 치료에다 시설 수용까지 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위헌 논란에도 국민법감정을 무시해선 안된다는 전문가들도 적잖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속한 재판이 제대로 안 되고 형도 너무 약하고 이런 게 누적이 되다 보니 외국 제도까지 도입을 하자는 궁여지책이 아닌가"라며 "사법 체제에 대한 불신 같은 것도 아마 여론에 깔려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게 뭐냐가 중요하다"며 "최근에 묻지마 범죄로 인해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건 사실인데 우려가 근거 없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