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당시 고금리로 조달한 예‧적금 만기 시점이 도래하자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예탁금을 준비하는 등 대규모 자금 이동에 대비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번 주부터 돌아오는 고금리 상품의 만기를 앞두고 10조원가량의 예탁금을 준비했다. 예탁금은 중앙회가 개별 저축은행으로부터 넘겨받아 운용되는 자금이다. 저축은행은 중앙회에 예탁한 금액을 필요한 때 자유롭게 인출해 사용할 수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상품 만기 도래를 대비해 개별 저축은행이 자체보유금을 쌓아뒀다"라며 "자체보유금이 모자랄 경우 중앙회에서 예탁금을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최근 여·수신이 모두 감소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말잔)은 115조9959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120조2384억원)보다 3.53% 줄었다. 같은 기간 여신(말잔)도 115조283억원에서 108조8647억원으로 5.36% 감소했다.
나아가 저축은행 예금 상품의 이점도 줄어든 상황이다. 통상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0.8~1%포인트(p) 높은 금리를 적용해 고객을 유치하지만, 최근 예금 금리 차는 0.3~0.4%p 수준으로 좁혀졌다. 고금리 상품의 만기가 다가오자 은행권에서도 연 4%대 예금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예금 금리를 낮추고 자체 보유금을 활용해 유동성을 늘리고 있다. 이날 기준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예금 상품 평균 금리는 4.1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고금리 상품 경쟁에 나섰을 당시 적용했던 금리(5~6%)보다 1%p 이상 낮은 수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수신 금리를 올리지 않는 이유는 수익성 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지난해 금리 경쟁으로 이자 비용이 증가해 순이익이 감소한 만큼 당분간 이전과 같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