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경제 전망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 발언에 5% 선을 돌파했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월가 거물의 장기 국채 공매도 청산에 4%대로 빠르게 내려갔다.
월가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 경기침체와 중동 긴장 고조로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시중 자금이 몰릴 것이란 전망과 미 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과 고금리 장기화로 국채 금리가 6%를 찍을 것이란 전망이 팽팽하게 맞선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채권시장에서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5.02%를 찍은 후 오후 들어 4.85%까지 밀렸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도 5.18%를 찍은 후 5.01%로 하락했다.
애크먼은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 등으로 인해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보고, 그간 미 30년물 국채를 공매도했다. 채권은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여서 금리 상승기에 채권을 공매도하면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다. 애크먼은 지난달에는 미 30년물 국채 금리가 5.5%를 찍을 것이란 비관론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애크먼은 더 이상 금리 상승에 베팅하지 않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중동 긴장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국채를 매수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채권왕으로 통하는 빌 그로스도 조만간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그는 이날 엑스에 ”지방은행들의 붕괴와 오토론(차량 담보 대출) 연체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 것은 미국 경제가 유의미하게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4분기 침체를 예상한다“고 썼다. 이어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는 어제의 만트라(주문)에 불과하다”면서 단기 국채 선물을 매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체이스 수석 전략가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의 영향이 아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서, 내년에나 연준의 긴축이 금융 시장에 역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국채는 경기침체나 시장 변동성이 큰 시기에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통한다. 제프리스의 모히트 쿠마르 유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동의 확전 위험은 통상 국채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곤 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으나 (미 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이 다가오고 있어서 이를 누가 다 매수할 것인지 대한 우려가 있다”고 봤다.
반면 금리가 6%에 달하는 새로운 국채 매도 시기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브랜디와인글로벌의 트레이시 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높은 재정 지출 경향 때문에 금리는 더 오랫동안, 더 높게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높은 재정 지출 성향 때문”이라며 “잠재적으로 더 높은 장기 중립금리와 미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이 역사적 평균으로 돌아가는 등의 요인으로 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유일하게 미국채에 최고 A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국채 수요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계속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제이슨 드라호 미주 자산 배분 담당 팀장은 성장률, 금리, 연준 등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유지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봤다. 씨티그룹은 10년물 금리가 연말 4.5%로 내려갈 것으로 보면서도 최악의 경우 5.15%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