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강원 고성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관련해 전신주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전력 전·현직 직원들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8일 업무상실화,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한전 직원 7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은 2019년 4월 4일 고성군과 속초시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전신주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화재로 899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와 1260㏊에 달하는 산림 소실 피해가 발생했다.
1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전신주가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이르러 보수나 교체를 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직원 7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데드엔드클램프(전선 고정 장치)에 스프링 와셔가 빠져 있던 설치상의 하자를 인정하면서도 이로 인해 이 산불이 발생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불복해 검사가 항소했지만, 2심도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 오해 주장은 이유 없고,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에게 주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형사 책임을 물으려면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인의 주의 정도를 기준으로 당연히 기대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돼야 한다"며 "하지만 전문가들조차도 이 사건 전선의 꺾임 현상이 하자인지 아닌지를 쉽사리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전의 점검 지침, 규정을 만들지 않은 구조상·체계상 문제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한전 속초지사 소속 피고인 개개인에게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라며 "한전의 지침이나 구체적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뿐인 피고인들에게 지침에 명시되지 않은 주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