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수습을 위한 '김기현 2기 지도부'를 출범시켰다. 김기현 대표를 재신임하고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수도권 인사를 전진 배치해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부한 이른바 '차분한 변화'를 추구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수도권 위기론'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민의힘, 'TK' 이만희 등 당직자 7인 인선...이준석 "어제 오늘 자괴감 느낀다"
국민의힘은 16일 최고위원회의와 화상 의원총회를 열어 김예지 지명직 최고위원, 이만희 사무총장, 유의동 정책위의장, 함경우 조직부총장, 박정하 수석대변인, 윤희석 선임대변인, 김성원 여의도연구원장 등 7명의 임명직 당직자 인선을 확정했다.인선의 특징은 수도권 인사가 전진배치된 것이 꼽힌다. 경기 평택 유의동, 경기 동두천·연천 김성원, 경기 광주갑 당협위원장 함경우, 전 서울 강동갑 당협위원장 윤희석 등 절반이 수도권 인사다. 또 1970년대생 4명(유의동·함경우·김성원·윤희석)과 1980년대생 1명(김예지)이 기용되면서 평균 연령도 기존 58세에서 52세로 낮아졌다.
친윤(친윤석열) 색채가 비교적 옅은 인사들이 기용됐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유 정책위의장은 한때 '유승민계'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김 대표가 취임 당시 약속했던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인사가 다소 이뤄졌고, 영남당 색깔도 많이 희석했다는 평가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심의 분노를 접하고 나서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당은 더는 대통령에게 종속된 조직이 아니라는 말을 하기가 그렇게도 두려운가"라며 "사태가 이렇게까지 되어도 그 말을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아주 실망했다. 어제오늘 많은 자괴감을 느꼈다"고 눈물을 흘렸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윤 대통령을 자기의 힘으로 만들었다는 독선에 빠져 갈등을 빚다 징계를 당하고도, 방송에 출연해 당을 조롱하며 내부 총질만 일삼는다"고 이 전 대표를 저격했다. 또 "내버려두면 내년 총선에서도 내부 총질을 할 것이고, 가짜뉴스를 생산하며 당을 비아냥거리고 조롱할 것"이라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이 전 대표를 제소하고 '제명'을 촉구했다.
전문가 "인선 효과 전혀 없다...총선 전 또 위기설 터질 것"
정치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면서 내년 총선 참패를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번 강서구 보선에서 확인된 민심은 김기현 대표 2기 체제를 출범시키는 게 아니라 '김기현 대표 체제로 가면 안 된다'였다"며 "지도부가 결국 아무 책임을 안 지고 남 탓으로 넘어가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이어 "윤 대통령을 지키고 부담을 안 주려는 일종의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이번 인선의 효과는 전혀 없다"면서 "국민들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꼼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대구‧경북(TK)' 출신 이만희 의원이 사무총장에 인선된 것을 주목했다. 그는 "총선 핵심은 사무총장인데 (이 의원은) '친윤' 아닌가. 바뀐 게 없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는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현 체제 그대로 총선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총선에 임박해 또 한 번 위기설이 터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