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위기 비대면진료…플랫폼·의약계 입장차 '팽팽'

2023-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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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대면진료가 보건복지부(복지부) 국정감사 화두로 떠올랐다. 보건복지위원회는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와 의약계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을 모았지만, 찬반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비대면진료를 정식 도입하기 위한 법안들은 국회 계류 중으로 통과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13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기업 30곳 중 8곳이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 6월부터 정부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돌입하면서 이용 대상을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부터 정부는 초진 환자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현재는 초진 환자 중 65세 이상 장기요양등급 판정자나 등록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경우와 재진 환자만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다. 의약품은 대면 수령이 원칙이다. 

이에 기업들은 의료 정보를 제공하거나, 병원 후기를 공유하는 등의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비대면진료 관련 규제가 상대적으로 유연한 남미와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도 나왔다.

정부는 비대면진료를 도입해 현행 의료체계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감염병 및 재난 상황이나, 의료취약지역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비대면진료를 둘러싼 플랫폼 업계와 의약계 당사자들의 견해차가 지속되면서 정식 도입이 요원한 상황이다.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국정감사장에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서울시약사회(약사회),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를 불러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의견을 들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업계는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는 환자 범위가 좁아 서비스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제대로 입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환자 연령, 성별, 기저질환 유무 등의 여러 복합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시범 사업의 환자 대상이 제한됐기 때문에 유의미한 자료를 취합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반면 의약계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악용해 환자 정보를 유출하거나, 오진 및 약물 오남용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은 “비대면진료 시 처방전이 JPEG, PDF 형식의 파일로 전송되고 있어 포토샵 등으로 위변조가 가능하다”며 “응급 피임약과 탈모약 등은 부작용이나 오남용 위험이 큰 의약품인데 비대면진료 금지약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정근 의협 부회장은 “의사들은 시진, 청진, 문진, 촉진, 타진으로 환자를 진료한다”며 “비대면진료는 이 가운데 문진 외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은 강병원안, 최혜영안, 이종성안, 신현영안 2건, 김성원안 등 총 6건이다. 이들은 비대면진료를 대면진료의 보완적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기본 방침이 동일하다. 하지만 초진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은 김성원안이 유일하며 나머지는 재진부터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기간 각계 의견을 듣고 규정을 보완할 방침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민간 애플리케이션 관련 환자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며 “공적 플랫폼을 포함해서 종합적인 방안을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 대상 및 약 전달 등 문제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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