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 움직임에 따라 그동안 상대적으로 사업 추진이 수월하던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사업 진행을 중단했고, 재건축을 추진 중인 노후단지들은 기약 없는 특별법 지연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정비 사업이 대규모 사업인 만큼 현재 표류하고 있는 특별법이 확정돼야 혼란을 잠재우고 사업의 밑바탕이 완성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수도권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이 같이 진행돼야 한다며 적절한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특별법이 6개월 넘게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정비 사업 추진 단지들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1기 신도시 재정비는 규모가 워낙 커 법이 빨리 확정돼야 혼란을 피하고 사업에 속도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1기 신도시는 대규모 사업이고 사업 주체도 조합원인 만큼 특별법의 내용이 확정되고 국회를 통과해야 향후 사업의 밑그림이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비사업 대다수가 재건축, 재개발에만 집중돼 있는 만큼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30년)보다 연한이 15년 짧고 사업 절차도 비교적 간단해 추진 단지가 꾸준하게 증가했다. 그러나 특별법 발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종상향을 비롯해 법적 상한 용적률의 150%까지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하면서다.
서울시도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 노후 골조 활용에 의한 안전 및 품질 우려, 공공기여가 부족하다는 점을 이유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서진형 교수는 "자산들을 재활용하는 측면에서 보면 리모델링은 필요하다”며 "리모델링 관련 제도 정비는 하지 않고 규제가 강화되면 리모델링 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택공급에서 리모델링도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공동주택 리모델링 관련 절차의 간소화와 리모델링 규정을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리모델링의 경우 재건축, 재개발보다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데다 성공 사례가 많지 않아 규제 완화로 인한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가구 수가 많이 늘어나지 않는 데다 사업성 측면에서도 뒤처진다"며 "정부 정책과 더불어 앞으로도 재건축 선호 현상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