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경 장벽 추가 건설에 나선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행정부 출범 초기에 제시한 공약을 철회하고 멕시코와의 국경에 최장 20마일(약 32km)에 달하는 국경 장벽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는 이날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남부 텍사스주 리오그란데밸리에 국경 장벽 추가 건설을 위해 26개 연방법 적용을 유예하기로 발표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조치가 공약을 철회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경 장벽 건설에 배정된 예산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설명이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우리는 의회에 이 예산을 철회할 것을 거듭 요청했지만, 의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해당 예산이 국경 장벽용으로 못박혀 있고, 명목 변경을 추구했지만 의회가 승인하지 않았다"며 "내가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국경 장벽이 효과적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엔 "아니다"라고 답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5월 불법 월경자의 난민 신청을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해 불법 입국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2023년 회계연도 동안 리오그란데밸리에만 24만5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불법 입국했다. 베네수엘라, 쿠바 등 중남미 국가의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이들 나라 사람들의 불법 입국은 나날이 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베네수엘라 불법 이민자에 대한 본국 송환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베네수엘라의 인권 상황 등을 감안해 베네수엘라 불법 이민자에 대한 직접 추방을 자제했으나, 지난달에만 약 5만명에 달하는 베네수엘라인이 불법 입국한 데 따른 결정이다.
국경 장벽을 적극 추진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장벽 건설을 비꼬았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바이든이 나와 미국에 넘쳐나는 불법 이민자에 대해 사과할 것이냐”고 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기간이었던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멕시코 접경지대에 450마일(724km) 길이의 장벽을 건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