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 '다음'을 겨냥한 정치권의 비난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당시 중국을 향한 클릭 응원 수가 한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 논란이 되면서다. 논란이 커지자 카카오는 클릭 응원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 포털 사이트의 아시안게임 응원 페이지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경기 후 이튿날인 지난 2일 오후 4시께 다음 스포츠 페이지에서 중국 대표팀을 응원한 클릭 수는 2000만건 이상(91%)을 기록했다. 한국 대표팀을 응원한 클릭 수는 200만건(9%)에 머물렀다. 반면 댓글 응원 서비스에서는 한국을 택한 이용자 비율은 99%였다고 박 의원은 주장했다.
박 의원은 클릭 응원과 댓글 응원 비율이 현저히 차이가 난다는 점을 두고 "완전 조작 세력들이 개입한 빼박(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인 셈"이라며 여론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런 비판에 카카오는 전날 오후 자체 스포츠 페이지에 게시글을 올리고 "클릭 응원은 누구나 로그인하지 않고도 쉽게 스포츠 경기를 응원할 수 있도록 제공해 온 기능"이라고 해명했다. 로그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용자가 쉽게 빠르게 특정 팀을 응원하는 재미를 느끼도록 지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슈가 제기된 것 자체에 부담을 느낀 카카오는 결국 클릭 응원하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카카오 측은 해당 게시글에서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횟수 제한 없이 클릭할 수 있어 특정 팀에 대한 클릭 응원 숫자가 과도하게 부풀려질 수 있는 점을 감안했다"며 서비스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로그인 이후 이용 가능한 댓글 응원하기 서비스는 계속 제공하기로 했다.
이번 논란으로 네이버의 경기 응원하기 운영 방식에도 관심이 모였다. 네이버는 이용자가 계정 로그인을 한 이후에만 클릭 혹은 댓글로 응원할 수 있는 기능을 활성화하고 있다. 자동 입력 반복(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클릭이나 댓글 작성을 차단하는 기능도 도입했다.
박 의원은 네이버 포털에서 중국을 응원한 클릭이 38만건(6%), 한국을 응원한 클릭이 560만건(94%)이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그는 "(다음과 네이버) 두 개 포털을 비교해 보면 포털 다음에 조작 세력들이 가담한 것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면서 "포털의 여론 조작 행위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엄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카카오 측은 현재 중국 현지 이용자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다음 사이트에 접속 자체가 불가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단순 흥미를 위한 기능을 정치권 이슈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음 클릭 응원 이용자의 인터넷 주소(IP) 조사가 이뤄진 것도 아닌 상황에서 실제로 정치적인 공작이 있었는지 여부를 알긴 어렵다"며 "정치권에서 (클릭 응원 서비스를) 너무 심각하게 이슈화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경기 결과에 불만을 느낀 국내 이용자가 상대편의 클릭 응원 수를 의도적으로 올리기도 한다"며 "단순 응원 클릭 수만으로 포털의 여론 조작 움직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