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언제나 시대를 담는다. 극물의 성격부터 언어까지 모두 시대를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드라마 속 '언어'는 그 시대를 쉽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어 '유행어'를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거나 그 시절 문화를 읽어낼 수 있는 요소로 쓰이곤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시대 반영'을 방패 삼아 '요즘 언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드라마들이 나타나 논란을 빚기도 했다. 우리말 파괴에 가까운 유행어, 소통을 막는 은어의 남용부터 차별적 단어 사용 등으로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2월 종영한 드라마 '빨간풍선'은 시대 반영의 그릇된 예로 언급되는 작품이다.
'빨간풍선' 20회에서는 '조은산'(정유민 분)이 불륜 관계인 '지남철'(이성재 분)에게 "마지막 인사는 하지마.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라며 이별을 고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꺾마'는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일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대사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의미다. '슬램덩크'의 주 소비층인 2030세대가 명대사를 줄여 부르며 유행어처럼 사용되었다. 많은 콘텐츠에서 '중꺾마'를 패러디했으나 드라마 대사로 사용된 건 '빨간풍선'이 처음이었다.
방송 후 누리꾼 Bam*****은 "정말이지 참을 수 없다. 드라마 방영 동안 '킹왕짱' '어쩔티비' 같은 뒤늦은 신조어가 등장해 왔다. 다 참았지만 중요한 이별 신에서조차 '중꺾마'를 외치더라. 드라마 몰입이 확 깨졌다. 드라마 종영 후 남은 게 '중꺾마'라니 속상하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 Dot*********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20대 여성이 불륜 상대였던 50대 남자에게 헤어지자며 '중꺾마'라고 외친다. '20대 여성(MZ세대)'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 이런 게 엠지(MZ)라면 난 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지난 2020년 방영한 드라마 '철인왕후'도 저급한 은어 사용과 더불어 조선왕조실록을 폄훼한 발언으로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극 중 현대 바람둥이 남성의 영혼이 몸에 깃든 중전 '소용'(신혜선 분)은 자신과의 잠자리를 피하려 하는 '철종'(김정현 분)을 보며 "주색으로 유명한 왕의 실체가...조선왕조실록 한낱 지라시네"라고 말했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조선 왕실을 깎아내렸다는 지적과 실존 인물인 신정왕후를 저속하게 묘사했다는 항의를 받았다.
'황후의 품격', '닥터 차정숙', '빅마우스' 등의 드라마에서도 무신경하게 차별적 발언이 남발돼 논란을 빚었다.
2019년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에서는 범죄자를 "조현병 환자였다. 망상에 빠져 폐하를 공격한 모양"이라고 묘사했다. 방송 후 조현병 환자를 폭력적이고 돌발적인 행동을 하는 것처럼 표현했다며 비판을 받고 방심위에서 법정 제재인 '주의'를 받았다.
올해 4월 방영한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크론병 환자 일화를 다루며 "어떻게 이런 못된 병을 숨기고 결혼할 수가 있느냐. 유전도 되는 병 아니냐"라고 발언해 실제 크론병 환우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방송 후에는 "아이가 볼까 두렵다" "너무 속상해서 눈물만 납니다" "잘살고 있는 환자들에게 오히려 병을 안겨준 상황"이라는 등의 비난 댓글이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빅마우스'는 주인공이 흉악범을 도발하며 "네 엄마가 너 같은 사이코를 낳고 도대체 뭐 드셨냐. 똠얌꿍? 아니면 선짓국 같은 거?"라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 '태국 비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TV 드라마 속 무분별한 유행어와 은어 사용 그리고 차별적 발언들에 대해 시청자들은 "대사들이 신중하게 쓰였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TV 드라마 속 무분별한 은어나 유행어 사용을 두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갈렸다. '한글 파괴'에 관한 우려와 '요즘 언어'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드라마를 보다가 모르는 단어를 검색해 본 적이 있었다. 신조어, 유행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자막이 따로 필요할 정도다. 젊은층이 자주 쓰는 말이라고 하니 이해해 보려고 하지만 드라마를 보며 즉각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더라"고 털어놓았다.
20대 학생 이모씨는 "드라마 속 유행어나 은어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평소에도 자주 쓰는 말이니 어떤 상황인지 뉘앙스로 알아챌 수 있다. 다만 철 지난 유행어나 상황에 맞지 않는 유행어 남발은 오히려 거슬릴 때가 많다.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평했다.
차별적인 대사들에 관해서는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만큼 제작진이 조금 더 신중하고 조심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시대 속 언어에 관해 언급하며 "적절한 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드라마 속 유행어나 비속어 사용에 관해 두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바른 언어, 우리말을 제대로 써야 한다'는 비판적 시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젊은 친구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언어를 담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관점이다. 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바른 언어, 우리말만 쓴다면 '드라마'가 가지는 시대상이나 사실적 묘사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적절히 쓰되 남발하거나 의도 없이 쓰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어나 유행어 사용에 관해 대중이 '불편하다' '한글 파괴다'라는 공식적 반응을 보인 건 아직 없다.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사용된다는 이야기다. '언어'는 시대를 담고 있다. 국립국어원도 신조어가 대중적으로 사용되면 사전적으로 정의하고 해설을 달기도 한다. 그 시대의 언어를 받아들이는 거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요즘 언어'를 사용하도록 열어둘 필요도 있다. 다만 실제 언어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선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때보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많은 이가 보고 즐기는 드라마인 만큼 우리의 일상과 시대를 담은 '언어'가 중요하다. 은어나 유행어 사용을 강박적으로 자제하고 바른 언어를 사용하라고 강요할 수 없으나 넘쳐나는 유행어·은어·비속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차별적 대사에 대한 조심성이 필요한 때다.
지난해 2월 종영한 드라마 '빨간풍선'은 시대 반영의 그릇된 예로 언급되는 작품이다.
'빨간풍선' 20회에서는 '조은산'(정유민 분)이 불륜 관계인 '지남철'(이성재 분)에게 "마지막 인사는 하지마.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라며 이별을 고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꺾마'는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일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대사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의미다. '슬램덩크'의 주 소비층인 2030세대가 명대사를 줄여 부르며 유행어처럼 사용되었다. 많은 콘텐츠에서 '중꺾마'를 패러디했으나 드라마 대사로 사용된 건 '빨간풍선'이 처음이었다.
방송 후 누리꾼 Bam*****은 "정말이지 참을 수 없다. 드라마 방영 동안 '킹왕짱' '어쩔티비' 같은 뒤늦은 신조어가 등장해 왔다. 다 참았지만 중요한 이별 신에서조차 '중꺾마'를 외치더라. 드라마 몰입이 확 깨졌다. 드라마 종영 후 남은 게 '중꺾마'라니 속상하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 Dot*********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20대 여성이 불륜 상대였던 50대 남자에게 헤어지자며 '중꺾마'라고 외친다. '20대 여성(MZ세대)'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 이런 게 엠지(MZ)라면 난 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지난 2020년 방영한 드라마 '철인왕후'도 저급한 은어 사용과 더불어 조선왕조실록을 폄훼한 발언으로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극 중 현대 바람둥이 남성의 영혼이 몸에 깃든 중전 '소용'(신혜선 분)은 자신과의 잠자리를 피하려 하는 '철종'(김정현 분)을 보며 "주색으로 유명한 왕의 실체가...조선왕조실록 한낱 지라시네"라고 말했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조선 왕실을 깎아내렸다는 지적과 실존 인물인 신정왕후를 저속하게 묘사했다는 항의를 받았다.
'황후의 품격', '닥터 차정숙', '빅마우스' 등의 드라마에서도 무신경하게 차별적 발언이 남발돼 논란을 빚었다.
2019년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에서는 범죄자를 "조현병 환자였다. 망상에 빠져 폐하를 공격한 모양"이라고 묘사했다. 방송 후 조현병 환자를 폭력적이고 돌발적인 행동을 하는 것처럼 표현했다며 비판을 받고 방심위에서 법정 제재인 '주의'를 받았다.
올해 4월 방영한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크론병 환자 일화를 다루며 "어떻게 이런 못된 병을 숨기고 결혼할 수가 있느냐. 유전도 되는 병 아니냐"라고 발언해 실제 크론병 환우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방송 후에는 "아이가 볼까 두렵다" "너무 속상해서 눈물만 납니다" "잘살고 있는 환자들에게 오히려 병을 안겨준 상황"이라는 등의 비난 댓글이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빅마우스'는 주인공이 흉악범을 도발하며 "네 엄마가 너 같은 사이코를 낳고 도대체 뭐 드셨냐. 똠얌꿍? 아니면 선짓국 같은 거?"라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 '태국 비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TV 드라마 속 무분별한 유행어와 은어 사용 그리고 차별적 발언들에 대해 시청자들은 "대사들이 신중하게 쓰였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TV 드라마 속 무분별한 은어나 유행어 사용을 두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갈렸다. '한글 파괴'에 관한 우려와 '요즘 언어'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드라마를 보다가 모르는 단어를 검색해 본 적이 있었다. 신조어, 유행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자막이 따로 필요할 정도다. 젊은층이 자주 쓰는 말이라고 하니 이해해 보려고 하지만 드라마를 보며 즉각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더라"고 털어놓았다.
20대 학생 이모씨는 "드라마 속 유행어나 은어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평소에도 자주 쓰는 말이니 어떤 상황인지 뉘앙스로 알아챌 수 있다. 다만 철 지난 유행어나 상황에 맞지 않는 유행어 남발은 오히려 거슬릴 때가 많다.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평했다.
차별적인 대사들에 관해서는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만큼 제작진이 조금 더 신중하고 조심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시대 속 언어에 관해 언급하며 "적절한 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드라마 속 유행어나 비속어 사용에 관해 두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바른 언어, 우리말을 제대로 써야 한다'는 비판적 시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젊은 친구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언어를 담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관점이다. 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바른 언어, 우리말만 쓴다면 '드라마'가 가지는 시대상이나 사실적 묘사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적절히 쓰되 남발하거나 의도 없이 쓰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어나 유행어 사용에 관해 대중이 '불편하다' '한글 파괴다'라는 공식적 반응을 보인 건 아직 없다.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사용된다는 이야기다. '언어'는 시대를 담고 있다. 국립국어원도 신조어가 대중적으로 사용되면 사전적으로 정의하고 해설을 달기도 한다. 그 시대의 언어를 받아들이는 거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요즘 언어'를 사용하도록 열어둘 필요도 있다. 다만 실제 언어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선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때보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많은 이가 보고 즐기는 드라마인 만큼 우리의 일상과 시대를 담은 '언어'가 중요하다. 은어나 유행어 사용을 강박적으로 자제하고 바른 언어를 사용하라고 강요할 수 없으나 넘쳐나는 유행어·은어·비속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차별적 대사에 대한 조심성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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