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내를 비롯한 주요국의 물가 상승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주 주요국이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가운데 통화긴축 분위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에 대한 고민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19일 기준)은 배럴당 9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감산 연장에 따른 공급 우려로 연일 상승세를 거듭한 데 이어 전날에는 작년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역시 장중 배럴당 93.74달러까지 치솟았다. 차익 실현 매물 확대로 마감 시세가 전일 대비 소폭 하락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위협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제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다. 기름값이 제품 생산은 물론 서비스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고물가에 대한 우려가 깊다. 최근 국내 생산자물가가 두 달 연속 상승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은에 따르면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9% 오른 121.16(2015년=100)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7월(0.3% ↑)보다 상승 폭이 커진 것이다. 한은은 "국제 유가 급등과 폭우 등 기상 악화가 생산자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생산자물가는 1~2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물가에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 속에 다음 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는 한은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과 금리 역전차가 환율 등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통화정책에 있어 적기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국 금리정책이 어떻게 될지, (통화긴축이) 얼마나 오래갈 것인지에 따라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변동성이 커지면 물가도 같이 높아질 수 있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