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에 드리웠던 먹구름이 조금씩 걷히는 분위기다.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이 시장 전망치를 훌쩍 웃돌면서 바닥은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부동산 위기, 청년 실업 등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어 추가 부양책 필요성 역시 대두된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8월 소매판매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달(2.5%)은 물론 시장 전망치(2.6%)도 크게 웃돌았다.
유형별로 보면 여름 여행 수요 등 계절적 요인으로 식음료(12.4%), 금은보석류(7.2%) 등의 증가율이 두드러졌고 애국 소비 열풍으로 화장품(9.7%), 통신장비(8.5%) 역시 선전했다. 반면 부동산 업황 악화로 건축 및 인테리어 자재(-11.4%)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연휴 대목을 앞두고 있는 만큼 서비스 부문을 필두로 소매판매는 지속적인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여름철 특수에 힘입어 여행과 오락 등 서비스 소비가 두드러졌다”며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 기간 서비스 소비가 빠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같은 달 산업생산도 1년 전 대비 4.5% 늘어나며 시장 전망치(3.5%)를 뛰어넘었다. 전달(3.7%)보다도 증가율이 0.8%포인트 확대됐다.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은 가전제품·가구·자동차 등의 소비 촉진부터 인프라 투자를 위한 특별채권 발행, 대도시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시장에 돈도 적극적으로 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이날부터 금융기관에 대한 지급준비율도 0.25%포인트 낮췄다.
딩솽 스탠더드차터드의 중화권·북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의 정점은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8월 데이터는 경기침체가 더욱 깊고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다만 부동산개발업체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 일부 경제가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보여서 완전히 낙관하기는 이르다. 수출, 소비와 더불어 중국의 3대 경제 성장 엔진으로 평가되는 고정자산투자는 1~8월 지난해 동기 대비 3.2% 증가해, 시장 전망치(3.5%)와 전월 누적치(3.7%)에 모두 미치지 못했다. 고정자산투자란 농촌을 뺀 공장, 도로, 전력망, 부동산 등 자본 투자에 대한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부동산 투자 부진의 영향이 컸다. 이 기간 부동산 개발 투자는 8.8% 감소했다. 업황 경기를 나타내는 부동산개발경기지수는 지난달 93.56을 기록하며 2016년 12월 이후 가장 낮았다.
고용시장도 여전히 암울하다. 8월 중국 도시 실업률은 5.2%로 전달 대비 0.1% 하락하는 데 그쳤다. 청년(16~24세) 실업률은 발표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청년 실업률은 6월치로, 당시 사상 최고치인 21.3%를 기록했다.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고용 상황을 더욱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함”이라며 관련 통계 발표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회복을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최근의 지원책이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년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동결했다. MLF 금리가 동결되면서 오는 20일 발표되는 대출우대금리(LPR)도 동결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