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박 7일간 해외 순방을 통해 '글로벌 리더십 강화' '신시장 확충'이라는 외교적·경제적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 관련 정상회의에서는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 강화·북한 비핵화 문제에 제 목소리를 냈다. 인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기후 변화 대응과 우크라이나 지원 등에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1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이번 아세안, G20 정상회의와 인도·인도네시아 순방에서 경제 분야 성과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며 신시장 확충과 디지털‧개발협력 분야 글로벌 리더십 강화를 언급했다.
특히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비롯해 한··인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계기로 양국은 핵심 광물, 원자력발전, 모빌리티, 할랄식품, 병원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해각서(MOU) 22건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윤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개정을 통한 양국 교역 확대 균형, 디지털·그린산업 투자 협력 강화, 첨단 과학기술 협력 방안 등을 중점 논의했다. 또 연내 40억 달러 규모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본약정을 체결해 스마트시티 등 인도 인프라 개발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 확대를 논의하기로 했다. 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 간 민관 협력 네트워크도 한층 강화한다.
이 밖에도 윤 대통령은 아세안과 G20 정상회의에서 △3000만 달러 규모 '디지털 혁신 플래그십 프로젝트' 추진 △기후변화 취약국에 대한 '녹색사다리' 역할을 위한 3억 달러 공여 △탄소중립을 위한 '글로벌 녹색해운항로 구축' 비전 제시 △23억 달러 규모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 △다자개발은행 역할 강화 필요성 등도 발표했다. 이 역시 우크라이나 재건 참여,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주도권 확보, 기후위기 대응 산업 육성 등 미래 먹거리와 관련이 있는 이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 주의 환기 역시 이번 순방에서 중요하게 다룬 이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일‧중) 정상회의', 7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등에서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회의에 참석한 모든 국가를 겨냥하고 타격할 수 있는 실존적인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G20 순방기간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3차례 회동하며 한‧미 동맹을 더욱 돈독히 했다. G20 만찬에서는 바로 옆자리에 앉아 1시간 반 동안 각종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협력체계 공고화가 인‧태(인도·태평양) 지역과 글로벌 사회 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면서 "뿐만 아니라 우리 3국에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3국 협력을 이끌어낸 주역"이라고 화답하고 "이 같은 협력으로 3국 일반 가정 국민들 삶에 좋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리창 중국 총리와도 두 차례 만나며 한‧중 관계 관리에 나섰다. 지난 7일 자카르타 회동에서 윤 대통령은 "양국이 교류‧협력해온 경제 관계 규범 틀을 성실하게 지켜가며 거래한다면 양자 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리 총리의 역할을 기대했다. 또 "한국이 추진하는 한‧일‧중 정상회의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한국에서 개최될 수 있게 협조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10일 뉴델리 간디 추모공원 헌화 행사에서는 리 총리가 먼저 윤 대통령에게 다가와 옆자리에 앉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연내에 리 총리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시진핑 주석에게도 각별한 안부를 전해 달라"고 했다. 이는 한‧일‧중 정상회의 올해 한국 개최 협조를 재차 당부한 것이다. 리 총리는 "대통령님 말씀을 시 주석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리 총리가 G20 만찬장에서 김건희 여사와 악수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