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정복’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글로벌 빅파마를 통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가 연이어 나오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치료제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아리바이오의 경구용 치매 치료제 'AR1001'이 작년 11월 미국에서 임상 3상 시험을 시작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임상 3상을 본격화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은 다국가 임상 3상은 국내 150명을 비롯해 미국 600명, 유럽 400명, 중국 100명까지 총 1250명 규모로 진행한다.
아리바이오는 10년 이상 치매 치료제 연구에 매진해 왔다. 회사가 이번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 최초이자 ‘국산 1호 경구용 치매 치료제’ 탄생 기록이 된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글로벌 임상에 한국을 포함한 것은 AR1001의 최초 상용화 국가 중 하나로 우리나라가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국내 연구진에 의한 새로운 치매 치료제 개발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이민재 서울대 의대 의과학과 교수 등 연구팀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타우(Tau) 단백질이 뇌 속에서 어떻게 응집하고 섬유화하는지 등의 기전을 입증했다.
그간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타우 같은 단백질들이 뇌 속에 쌓이며 신경세포를 죽이는 독성물질을 형성하는 게 주요 병인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들 단백질이 왜 쌓이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발병 기전은 밝혀지지 않아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진은 타우 단백질이 어떻게 분자 수준에서 섬유화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신경독성 물질 형성을 촉진하는 핵심 영역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내부 절단된 타우 단백질의 일부분이 별도의 처리 없이 생리적 환경 조건에서 자발적으로 신경 독성물질을 형성할 수 있으며, 정상 타우 단백질까지 신경 독성물질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민재 교수는 “새로운 타우 단백질의 섬유화 및 신경독성 생성 원리를 분자와 세포, 그리고 동물 모델 수준으로 밝혀낸 것”이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빅파마에서도 치매 진행을 늦추는 치료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치매 치료 정복이 머지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가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일본에서도 조만간 품목 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해당 치료제는 한국에서도 허가 절차를 밟고 있으며 연내 승인이 예상된다. 최근에는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도 임상 3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
업계에선 고령화 사회 진입 속도가 빨라지면서 치매 환자 증가로, 관련 치료제 시장 역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제 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5500만명 수준인 치매 환자가 2030년 7800만명, 2050년 2배에 가까운 1억39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