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혔던 미·중 대화에 물꼬가 터졌다. 미·중은 서로를 겨냥한 통상 규제와 관련해 정례 대화를 개시했다. 양국은 관광 활성화 등 민간 교류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9일 로이터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오전 후허핑 중국 문화여유부 부장(문화관광부 장관)과 회담을 하고 내년 상반기에 중국에서 14차 '차이나-US 투어리즘 리더십 서밋(China-US Tourism Leadership Summit)'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상무부는 성명을 내고 “(서밋 재개는) 양국 간 관광 협력을 더 활성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30일 상하이 디즈니랜드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방중에 앞서 러몬도 장관은 미·중 관광 활성화가 가져올 경제적 이익에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중국인들의 미국 관광이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미국 내 일자리가 5만개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러몬도 장관은 경제 분야를 맡고 있는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리창 총리 등 중국 고위급 관리들과도 연이어 회동했다. 러몬도 장관은 허리펑 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국가 안보 보호에 있어서는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이나 중국 경제를 방해하려 하는 게 결코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실무진급에서도 정례 소통이 재개됐다. 양국은 이날 베이징에서 차관보급 회의인 수출통제 시행에 관한 정보 교환을 시작했다. 미국 측에서는 매슈 액설로드 미국 상무부 수출 집행 담당 차관보가 참석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첨단 반도체 등 대중국 투자 제한, 중국의 광물 수출 통제 등을 두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통제 정보 교환은 최소 1년에 한 번 열릴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 고위 관계자는 수출통제 정보 교환은 중국의 민감 분야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무역·투자를 제한하는 새 규제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중국 상무부 역시 "수출통제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미·중은 무역, 기술 등 다양한 주요 사안과 관련한 양자 회담을 통해 의견을 적극 교환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논의가 위축되며 소통이 중단되다시피 했다.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데 대한 보복으로 중국은 8개 양자 회담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번 러몬도 장관 방중으로 해빙 무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셰펑 주미 중국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를 통해 “러몬도 장관과 왕원타오 상무부장(상무장관)은 중·미 문제에 대해 합리적이고 솔직하며 건설적인 소통을 했다”고 평했다.
한편 왕 부장은 “미국은 중국에 대해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는데 미국이 이를 이행하기 바란다”며 미국에 행동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미·중이 정례 대화를 재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서로 간 이견을 얼마나 좁히는지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