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 중인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28일 로이터,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이날 오전 카운터파트인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의 회담에서 이처럼 말하며 미국은 건전한 경쟁을 추구하며, 중국의 경제 발전을 방해할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러몬도 장관은 “우리(미·중)는 양국 관계에 더욱 일관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보 교환과 실무 그룹을 구축하기 위해 여름 동안 협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러몬도 장관이 이번 방중 기간 수출 통제와 양국 무역 관계를 다룰 실무그룹 구성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왕 부장은 “중·미 경제 관계는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도 중요하다”며 “미국과 중국 기업을 위해 더 유리한 정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들이 점점 더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만큼, 러몬도 장관은 중국과 비즈니스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러몬도 장관은 올해 들어 중국을 방문한 네 번째 미국 고위 인사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방중은 양국 관계 개선에 더 나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과 중국의 실무그룹 구성 가능성에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러몬도 장관은 방중 전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여러 번 말했듯 우리의 국가 안보 전략 집행은 논쟁의 여지가 없고, 타협의 여지가 없으며, 심지어 논의의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반도체, 희귀광물 수출 제한 등 서로를 겨누고 있는 규제 조치 등과 함께 의사소통 채널 구축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외신은 미·중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양국의 기후변화 논의는 지난해 낸시 펠로시 미국 전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후 중단된 상태였으나,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가 지난 7월 중국을 방문하면서 대화의 물꼬가 터졌다.
아울러 중국 항공사의 보잉 항공기 구매 재개도 논의될 전망이다. 올해 중국 항공사들은 프랑스 에어버스로부터 항공기 160대를 사들였다. 중국은 2019년 에티오피아항공의 보잉 737맥스 기종 추락사고 이후 이 기종의 운항과 인도를 중단한 상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러몬도 장관의 방중이 양국 관계 경색을 풀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올해 미국 주요 관리들이 중국을 방문했지만, 중국 고위 관리가 미국을 방문한 적은 없다.
미국외교협의회의 쭝위안 조이 류(Zongyuan Zoe Liu) 연구원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양국의 우선순위가 다르다”며 “중국은 아마도 수출통제를 추가로 완화하고 중국산 상품에 관세를 끝내는 데 매우 관심이 있을 것이나, 이것 중 어느 하나도 러몬도 장관이 결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중 양국 경제 의존도는 더 깊어졌다. 양국 교역액은 지난해 6906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올해 들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상품 수입을 늘리면서, 중국산 상품 수입이 비교적 줄었으나 중국은 미국에 있어서 여전히 중요한 나라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경제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역시 미국의 경제 제재가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