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였던 서울 전셋값이 일부 단지에서 연초 대비 수억 원 상승한 계약이 이뤄지는 등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리가 안정되고 ‘부동산 바닥론’에 집값 반등이 이어지면서 전세 가격이 따라 오르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매매가격 상승 폭을 추월할 정도다.
올 하반기 우려되는 ‘역전세’ 위험 수위가 당초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하면 전셋값 상승 움직임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전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고 내년 수도권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것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124㎡는 이달 7일 17억4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달 26일 13억5000만원 계약과 비교하면 약 보름 새 3억9000만원 오른 것이다. 용산구 용산e편한세상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전세 계약된 직전 가격(7억4000만원)보다 4억1000만원 오른 11억5000만원에 지난 12일 갱신계약되면서 전세 신고가를 썼다.
전셋값은 매매 가격보다 늦게 반등을 시작했지만 회복세는 더 빠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8월 셋째 주(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0.14% 올랐지만 전셋값은 0.15% 오르며 상승 폭이 컸다.
매물 또한 줄어들며 하반기 전셋값 추가 상승도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597건으로 올해 1월 1일 5만4666건과 비교해 41.1% 줄었으며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예외 없이 전세 물건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양천구 한 공인중개업자는 “집값이 떨어질 때 집주인들이 서둘러 세입자와 계약을 맺는 경향을 보여왔다면 최근엔 전세 물건이 소진되면서 전세 호가를 올리거나 매매 전환을 고려하는 등 반년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하반기 강남을 제외하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수요 또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3000여 가구 대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가 오는 31일 입주를 앞뒀지만 반포 일대 전세가격이 오히려 상승하거나 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전 정부에서 공급을 줄이며 시장 왜곡이 발생했다”며 “본래 전·월세시장이 매매시장의 선행지표인데 지금은 그 반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전셋값은 따라 오르고 매물도 줄어들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 오히려 역전세나 깡통전세 우려는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