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금융 사고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은행들이 금융소비자를 현혹하는 고금리 미끼 상품을 끊임없이 출시하고 있다. 연 10%대 고금리 적금도 등장했지만 실제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대상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특히 매주 행운번호를 돌리는 '로또' 적금은 물론 가입 기간 중 결혼을 해야 우대금리를 받는 상품도 있다. 납입 금액이 적어 돌려받는 이자가 제한적인 상품도 수두룩하다.
2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19개 은행 적금 상품 가운데 연 5% 넘는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의 전월 취급 평균 금리는 3%대에 머물렀다. 자유적립식은 최대 8.9%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자유적립식 적금 상품을 이용한 금융소비자들은 전월 평균 3.5% 금리를 받는 데 그쳤다. 고정적으로 내는 정액적립식은 3.06%까지 금리 수준이 더 낮았다.
이렇듯 은행들이 홍보하는 최고 금리와 실제 받을 수 있는 금리 간 차이가 크게 벌어진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종합금융이 지난 23일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D.P'와 협업해 내놓은 'DP 정기적금'은 최고 연 10% 금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최고 금리(우대금리 8%포인트)를 받으려면 신규 가입(3.0%포인트)이면서 현역군인(3%포인트)이어야 한다. 특히 적금 만기 6개월, 가입 금액 월 최고 20만원으로 만기 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3만5000원(세전)이다. 이자를 떼면 수중에 남는 건 2만원대로 떨어진다.
금리를 운에 맡겨야 하는 로또식 적금도 있다. 광주은행 '행운적금'은 최고 연 13.5% 금리를 준다. 하지만 기본금리(3.5%)를 제외한 우대금리 10%포인트는 매주 추첨을 통해 일부 가입자에게 몰아주는 식이다. '신한 SK LPG 쏠쏠한 행복 적금'도 최고 7% 금리를 받으려면 'SK LPG 행복충전 멤버십 VIP' 등급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SK가스·SK에너지 LPG충전소에서 매월 15만원 넘게 LPG를 충전해야 한다.
금융채 등 시장금리 상승과 함께 예대율(예금 잔액 대비 대출 잔액 비율) 규제 정상화 여파로 수신 금리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미끼 상품이 많아지고 관련 민원이 계속 늘어나면서 적금 가입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간 수신 확보가 필요한 때면 미끼 상품이 해마다 등장하곤 한다"면서 "이때 최고 금리 숫자만 보고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또 우대금리 지급 요건을 확인하고 본인이 달성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