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이차전지주로 급등했던 코스피 지수가 하반기 장기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발 경기 침체,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됨과 동시에 국내에서도 각종 지표를 통해 침체 시그널이 감지된다.
코스피 변동성 지수란 한국 증시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수로 이른바 '코스피 공포지수'로도 불린다. 지수가 오른다는 건 증시 움직임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경기 침체 국면을 예상하며 증시 조정기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기업 투자 악화, 소비 둔화로 ‘완만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난 6월 미국 부채한도 협상 타결 이후 약 한 달 동안 8678억 달러(약 1151조원)에 가까운 부채가 증가했는데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속도와 증가 폭”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더 큰 충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 가계신용(가계부채)은 지난 2분기 동안 1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 15일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회생 건수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증권가는 이미 현시점을 조정장 진입 직전 현상으로 보고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선진국 서비스업 지수 후퇴와 함께 중국발 리스크 등 국내 경기도 하강 신호가 점증되고 있다”며 “코스피가 방향성이 모호해지며 개인투자자들이 테마주에 몰려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매매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보여줬던 급락은 일시적인 조정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권가 중론이다. 김석환 연구원은 “진짜 조정기는 20% 내외로 급락한다”면서 “아직까지는 좀 더 오를 여지는 있지만 건강한 상승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미국(5.9%) 대비 절반도 안 되는 2.2%에 그친다. 그만큼 지수를 받치고 있는 지표가 부실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부채 부담이 더 늘어난 만큼 이는 대규모 장기 국채 발행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그만큼 장기채 변동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유동성을 확보하고 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을 분할 매수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한편 지난 25일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목표치(2%)를 향해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제한적인 수준에서 정책을 유지하겠다“며 “추가 긴축을 할지 아니면 금리를 동결하고 추가적인 데이터를 기다릴지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매파적인 태도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