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에서 ARM으로…소프트뱅크 돈줄 바뀌나

2023-08-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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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비즈니스 리뷰

ARM IPO '손의 승리'

알리바바에서 ARM으로 배턴터치

ARM 중국 의존도 등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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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펀드를 공격 모드로 전환할 때가 왔다.”
 
지난 6월 21일, 반년 만에 침묵을 깨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공격성’을 강조했다. 그간 움츠려있던 비전펀드 투자 부문의 활동 개시를 통해 인공지능(AI)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뜻이다.

손 회장이 방어적 태도에서 벗어나 ‘공격 모드’를 자신 있게 선포하고 나선 배경에는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ARM의 기업공개(IPO)가 있다. 시장은 IPO 절차에 돌입한 ARM의 기업가치가 약 600억~700억 달러(약 80조~9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 2016년 ARM을 320억 달러(약 42조원)에 사들였다. 인수 이후 기업가치가 배나 뛴 것이다. 인수 시점과 대비해서 매출액은 70%나 급성장했다. 반도체 누적 출하량은 2500억개가 넘었다. 손 회장은 “(반도체 출하량이) 1조개까지 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CNN 등 외신이 ARM의 IPO 소식을 전하면서 “손의 성공”이라고 평한 이유다.
 
ARM은 앞으로 알리바바의 역할을 이어받을 전망이다. 적자로 허덕이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알리바바 주식을 대량 매각한 상황에서 앞으로는 ARM의 상장 주식을 담보로 자금 조달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ARM을 앞세워 AI 시장에 적극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지난 6월 “AI 혁명이 본격적,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AI를 활용한 발명을 단계적으로 실현할 열쇠는 ARM”이라고 자신했다.
 
ARM IPO, 손의 승리
소프트뱅크그룹은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에 9701억엔(약 8조90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2분기(4~6월)에 비전펀드는 쿠팡 주가 상승 등에 힘입어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지만, 소프트뱅크그룹은 여전히 4776억엔(약 4조4051억원) 적자다.
 
그럼에도 손 회장이 ‘공격성’을 강조할 수 있는 데는 믿을 만한 구석, 바로 ARM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ARM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S-1)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종목코드 ARM이라는 명칭하에 나스닥 상장을 신청한 것으로, IPO 절차를 공식화한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매체는 이르면 9월 중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점쳤다. 상장과 동시에 ARM은 삼성전자, 애플, 엔비디아 등 세계 주요 기업들에 일정 지분을 배정해 중장기 주주로 영입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주가를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RM은 반도체 시장 침체기를 잘 견뎌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이날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결산 기준 ARM의 2023 회계연도 매출은 26억7000만 달러(약 3조6000억원)로 전년 대비 소폭 줄었다.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부진으로 매출액이 감소했지만, 소폭 줄어드는 데 그친 것은 칩당 가격이 증가한 덕분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 2020년 9월에 엔비디아에 ARM을 400억 달러(약 53조6000억원)에 매각하려고 했으나, 미국과 영국 등 각국 독점 금지 규제 기관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소프트뱅크그룹은 ARM의 IPO 준비에 돌입했다. 1990년에 설립된 ARM은 런던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돼 있었으나, 소프트뱅크그룹이 사들이면서 비상장으로 전환됐다. ARM은 스마트폰 반도체 설계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보유하고 있는 동시에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도 10%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서류 제출을 통해 소프트뱅크그룹은 비전펀드가 보유한 ARM 지분 25%를 161억 달러에 취득했다고도 밝혔다. 이는 2017년 비전펀드가 지분 인수 당시 지불한 82억 달러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소프트뱅크그룹이 ARM의 시가총액을 640억 달러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비전펀드가 언젠가 보유한 ARM의 주식을 팔아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까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덜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640억 달러라는 평가액이 ARM의 매출액(약 27억 달러)의 24배에 달하는 점은 부담이다. IPO평가액이 640억 달러를 하회한다면 소프트뱅크그룹은 그에 따른 타격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ARM의 중국 의존도도 변수다. ARM은 2023 회계연도 매출 가운데 24%를 중국에서 거둬들였다. 이와 관련해 ARM은 “미국과 영국 정부의 수출 통제와 중국 경제 둔화로 인해 로열티 수익이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에서 파생되는 라이선스 수익도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에서 ARM으로 배턴 터치...상장 추진 이유
소프트뱅크그룹이 ARM의 상장에 나서는 데는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짙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유망 기술을 지닌 여러 회사에 투자한다. 투자한 회사들의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투자에 나서는 전략이다. 투자한 회사의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 담보 가치가 높아져 더 큰 액수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중국 알리바바 주식을 담보로 잡아 현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알리바바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한 현재 담보로 잡을 만한 주식이 없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재무 체질 개선을 이유로 올해 6월 말까지 알리바바 주식 대부분을 팔았다. 지난 2022년에 비상장 주식인 ARM 주식을 담보로 9700억엔(당시 시점으로 약 8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적은 있다. 그러나 상장주처럼 담보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ARM이 상장되면 자금 조달이 쉬워질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투자 여력도 확대할 수 있다. 알리바바의 역할을 ARM이 이어받는 것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해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그 결과 현재 수중 자금은 6조엔(약 55조원)에 달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알리바바를 대신할 호랑이 새끼가 되는 것이 ARM"이라며 “상장주가 됨으로써 ARM의 주식을 담보로 한 자금 조달력이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금융 시장 환경이 개선된 점도 또 다른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포함한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가 한 풀 꺾인 데다가 AI 혁신으로 미국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의 주가도 연일 오름세다. 다만,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탈의 자금줄이었던 미국 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스타트업 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은 점, 소프트뱅크의 AI 전략이 미진한 점 등은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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